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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동아시아 교류의 역사 생각하며 고마신사 참배”

입력 | 2017-12-25 03:00:00

2019년 퇴위 앞둔 아키히토 일왕… 생일 회견서 9월 참배 심경 밝혀




올해 9월 20일 아키히토 일왕(앞줄 왼쪽)과 부인 미치코 왕비(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구려 왕족을 기리는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고마 신사를 둘러보는 모습. 동아일보DB

“우리나라(일본)와 동아시아의 긴 교류의 역사를 생각했다.”

2019년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자신의 생일 기자회견에서 올 9월 고구려 왕족을 기리는 고마(高麗) 신사를 참배한 것을 거론하며 이렇게 말했다. 간접적으로 양국 간 화해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키히토 일왕은 84세 생일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의 고마 신사를 참배했다. 지금으로부터 1300년 전 고구려에서 온 도래인(渡來人)이 이곳에 살면서 지어진 신사”라고 올해를 회고했다. 또 “많은 분에게 환영을 받고,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긴 교류의 역사를 생각했다”고 했다.

고마 신사는 1300년 전 정착한 고구려 왕족 약광(若光)을 기리는 곳이다. 668년 고구려가 멸망한 뒤 마지막 왕인 보장왕의 아들 약광은 유민 1799명을 데리고 이곳에 정착했다. 후손들은 약광을 기리기 위해 고마 신사를 짓고 직계가 대대로 궁사(宮司·일본 신사 운영 책임자)를 맡았다. 현재 고마 후미야스(高麗文康·50) 궁사는 약광의 60대 손이다. 역대 일왕이 이 신사를 찾은 것은 9월이 처음이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생일 기자회견 때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라고 말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직간접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피력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마 신사 방문으로 아쉬움을 달랬다는 해석이 주변에서 나왔지만 본인이 직접 감상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한편 일왕은 2019년 4월 말로 예정된 자신의 생전 퇴위와 관련해 “양위에 대해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력해 준 것에 마음으로 감사한다. 남은 기간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면서 다음 세대로의 계승을 위한 준비를 관계된 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생일을 맞은 일왕은 관례에 따라 3차례 축하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날 왕궁에는 5만2300명이 모였는데 이는 1989년 즉위 이후 가장 많은 인파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