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아일보]<5> 7년 넘게 ‘식객’-‘꼴’ 연재한 허영만 화백
《 큰 모험이었다. 나와 동아일보의 인연은 서로에게 그랬다. 만화 ‘식객’은 2002년 9월 2일부터 2008년 12월 18일까지 연재했다. 약 6년 3개월. ‘꼴’은 2008년 1월 1일 시작해 2010년 3월 31일 마무리. 그 또한 2년 3개월. 겹치는 시기를 빼도 7년이 훌쩍 넘는다. 게재 횟수로는 1438회에 542회. 2000회에서 딱 스무 날이 모자란다. 우리나라 일간지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
2002년 8월 28일 허영만 화백이 동아일보와 인터뷰하던 모습. 9월 2일부터 시작된 ‘식객’ 연재를 며칠 앞두고 있던 허 화백은 “데뷔한 지 29년이 됐는데 이렇게 잠이 안 오고 떨리기는 처음”이라며 “동아일보에 연재해 영광이지만 후배나 독자에 대한 책임감도 막중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딱 한 번. 동아일보가 요구 사항을 전해 온 적 있다. 만화 글이 기사 글씨보다 작아 읽기 힘들단 독자 의견이었다. 수긍은 갔다. 다만 한 컷 안에서 문장을 끝낸다는 원칙을 평생 지켜왔다. 조심스레 고충을 토로했다. 역시 흔쾌히 받아들여줬다. 대화가 통하니 맘에 응어리질 일이 없었다.
2002년 9월 2일 동아일보 C7면에 실린 식객 1회. 당시 동아일보 지령은 2만5235호였다. 동아일보DB
돌이켜 보면 신기하다. 연재 처음엔 원고를 문하생 손에 들려 보냈다. 택시에 놓고 내려 부리나케 다시 그리기도 했다. 다음엔 팩스로 전송했다. 이후 그림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끝자락엔 종이가 아닌 그림 전용 태블릿PC로 그렸다. ‘식객’과 ‘꼴’엔 만화 작업의 변천사가 녹아 있다. 그렇게 세상이 급변하는 동안, 다행히 마감은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7년 내내 저녁 술자리도 마다했다. 무척 애지중지한 연애였다.
허영만 화백이 동아일보 지령 3만 호를 축하하며 직접 그려 보내온 그림. ‘식객’ 주인공인 진수와 성찬이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이룬 모습이 흐뭇하면서도 뭉클하다. 허영만 화백 제공
‘식객’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옛날 시골 마을에 가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나지막한 돌담 위로 옆집과 음식을 나눴다. 별게 없으면 된장 고추장이라도 퍼다 줬다.’ 한국 음식은 그런 정이 담겨야 요리가 완성된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는. 그게 만화를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였다. 동아일보와 나눈 것도 그런 교감이었다. 한번 맺은 정분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허영만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