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택한 유스퀘이크(youthquake)가 21일 카탈루냐 조기 총선도 강타했다. 올 6월과 9월 영국과 뉴질랜드 총선 때 노동당의 선전을 주도했던 젊은층들은 이번 카탈루냐 조기 총선에서 분리독립파 정당들의 승리를 주도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말 그대로 젊은이(youth)들이 정치적 지진(earthquake)을 일으킨 것이다.
CNN은 최근 카탈루냐의 여론 연구 센터 조사를 토대로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 세대들이 카탈루냐 독립을 이끌었다. 18∼34세의 젊은이가 압도적으로 독립에 찬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카탈루냐 젊은층은 자치권을 박탈하고 독립운동 관련자들을 체포하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강압적인 행태를 보며 1975년까지 이어진 프랑코의 강압 통치 악몽을 상상하고 있다. 프랑코 독재를 겪지 못한 세대지만 자유를 억압하는 것 자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
알렉산드리아 갈세란 라토레 씨(29)는 “우리는 지금 프랑코를 보고 있어요. 그들은 파시스트주의자죠. 서서히 우리의 목을 조여 오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이 속한 ‘카탈루냐와 함께’를 찍었다. 이들은 프랑코 시절 이후 자유롭게 학교에서 카탈루냐 언어와 역사를 배워 온 세대라 카탈루냐에 대한 애정이 크다.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삶이 힘들어지자 역동적인 변화를 바라는 심리도 반영됐다. 카탈루냐 지방에는 경제위기 이후 일자리나 수입이 충분치 않아 많은 30대들이 여전히 부모님과 살고 있다. 미리암 칸델레라 씨(28)가 “마드리드가 우리 돈을 너무 많이 가져간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번 총선에서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국민당은 몰락했다. 기존 16석에서 3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스페인 잔류파 가운데 시우다다노스(시민당)가 1위를 차지했다. 2년 전 총선 때 7.6%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이 당은 36세 미모의 여성 대표 이네스 아리마다스가 이끌면서 25%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아리마다스는 ‘제2의 마크롱’으로 불리며 차기 총리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스페인 의원 토니 롤단은 “아리마다스는 정치적인 보석”이라며 “지금 유럽 선거는 자유주의와 포퓰리즘의 선택인데 아리마다스는 마크롱과 같은 자유주의 편에 서 있다. 그녀는 전통적인 좌우의 틀을 깨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안달루시아에서 태어난 아리마다스는 31세에 시민당 국회의원이 됐고 솔직한 직설화법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고속 성장을 했다. 지난해 결혼한 남편은 푸지데몬 전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와 함께’ 의원 출신이다. 독립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르지만 바르셀로나 축구팀에 대한 강한 열정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고 아리마다스는 설명했다.
시민당이 37석으로 1당이지만 독립파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아리마다스가 연정 구성에 성공해 자치수반에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2당이지만 독립파 가운데 1당을 차지한 푸지데몬 전 수반은 벨기에에서 “스페인이 선거 결과를 존중한다면 내가 카탈루냐 정부 대표가 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카탈루냐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