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제정, 제7회 ‘영예로운 제복賞’ 선정] 大賞 양성우 서울 은평경찰서 경위 “재촉하지 말고 천천히 길 알려줘야” 가출 청소년에 따뜻한 한끼… 3000명 넘게 만나 고민 함께 나눠
올해 ‘영예로운 제복상’ 대상을 받은 서울 은평경찰서 양성우 경위가 25일 오전 관내 아동센터 앞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매주 화요일 그는 가출 청소년을 사무실로 불러 함께 점심을 먹는다.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은 따뜻한 밥 한 끼를 같이 먹을 때 비로소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양 경위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지막에 조언한다. 그는 “실수로 길에서 벗어난 아이들에게 빨리 제자리로 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천천히 길을 알려주면 된다. 학교로 돌아가는 대신 검정고시 준비를 돕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양 경위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 25명이 검정고시를 치렀다.
그는 가출 청소년을 위한 ‘은평 청소년 경찰학교’ 운영을 맡고 있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덕분에 전국에서 가출 청소년이 찾아온다. 양 경위는 “이곳을 다녀간 청소년들이 다른 친구를 데리고 온다. 인성교육을 받으며 다른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양 경위를 한 번이라도 만난 아이들은 나중에 도움이 필요할 때도 부모가 아닌 양 경위부터 찾는다. 따돌림 탓에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던 한 여고생도 마지막 순간 그에게 연락했다. ‘자살하러 간다’는 문자를 받고 양 경위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나한테 연락해준 게 고마웠다. 내가 아이를 살린 게 아니라 학생이 나를 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양 경위는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혹시 거리에서 위기 청소년을 보더라도 비난하거나 피하지 말아 주세요. 그저 약간의 관심이 필요한, 내 딸과 아들의 친구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