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영예로운 제복賞’ 수상자
● 제복상
정상은 대위, 해안경계서 민간인 구조까지 ‘전천후 군인’
● 제복상
이상훈 준위, 해군 링스헬기 인양작전 공헌 ‘SSU의 산역사’
1987년부터 SSU에서 활동한 이 준위는 지난해 9월 동해상으로 추락해 사망자 3명을 낸 해군 링스헬기 추락 당시 시신·동체 인양 작전에 큰 공을 세웠다. 추락 해역 수심이 1030m에 달해 잠수사 투입이 불가능해지자 그가 사고 직전 수립한 수중무인탐사기(ROV) 투입 계획이 적용됐다. 그 결과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시신 3구를, 5일 만에 헬기를 인양할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 때는 수석감독관으로 사고 해역에서 5개월간 근무하며 구조계획을 세우고 잠수사들을 교육했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땐 선체에 갇히는 등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실종자 수색 임무를 끝까지 해냈다.
포화잠수(잠수사가 헬륨·산소를 혼합한 기체로 호흡하며 작업하는 특수기법)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그는 후배 양성에도 매진했다. 세월호 당시 SSU 잠수사들이 포화잠수 기법으로 실종자들을 구조했던 배경엔 그가 진행한 교육이 있었다. 30년간 수많은 공을 세우고도 그는 공을 모두 후배 SSU 대원들에게 돌렸다. “대원들이 지시를 잘 따라준 덕분입니다. 저만 상을 받아 미안합니다.”
● 제복상
하종우 경위, 인도양 ‘선상 살인’ 해결 등 해양범죄
하 경위는 해양범죄 분야 베테랑이다. 1992년 순경으로 입문한 뒤 20년을 수사 부서에서 보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잔인하게 살해한 인도양 ‘선상(船上) 살인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 빅토리아항에 파견된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검증과 증거 및 진술 확보 등을 주도했다. 2014년 12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사상자 53명을 낸 501오룡호 침몰사건 수사에도 참여해 선박 관리가 부실했음을 입증했다.
하 경위는 25일 “정유년 첫날 ‘국민 안전’을 소망해 맡은 소임을 다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적지 않은 역경이 있었지만 함께 노력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해양 범죄와 사고에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 제복상
오정근 소방장, 14년간 5200차례 출동… 동일본지진때 파견도
공직뿐만 아니라 이웃을 돕는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매주 원주종합사회복지관과 원주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홀몸노인과 장애인에게 도시락과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민간 비영리단체인 치악산구조대 훈련팀장을 맡아 대원들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오 소방장은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특별상
천희근 소방장, 전신화상 사고후에도 “소방관은 나의 천직”
15년간 재난 현장에 약 4600차례 출동했으면서도 천희근 전남 강진소방서 소방장(43)은 현장 출동이 역시 가장 긴장된다며 25일 이렇게 말했다.
천 소방장은 119구조대원 첫해인 2004년 8월 전남 여수시 미평동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유증기(油烝氣) 폭발로 귀 팔 다리를 비롯해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60일간 병원 치료를 받아 건강을 되찾았지만 흉터는 남아 있다. 당시 결혼 전이던 아내 김은숙 씨(36)와 처가 식구들은 “소방관은 위험한 것 같다.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소방관은 평생 꿈꾼 천직이라며 아내를 한 달간 설득해 이 길을 고수했다.
천 소방장은 2013년 3월 여수산업단지 석유화학공장 폭발 사고로 17명이 사망하거나 다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근로자 7명을 구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남 강진군 도로에서 발생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차량 교통사고 현장에서 폭발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리고 주변 34명을 대피시켰다.
천 소방장은 “현장에서는 후배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사고 예방에도 신경 쓰고 있다. 현장에서는 긴장되지만 생명을 살린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겨낸다”고 말했다.
● 위민경찰관상
국민안전의 최일선에서 몸던진 영웅들
제주동부경찰서 박노식 경감(52)은 올 10월 실종자 신고를 받고 해발 163m 야산 정상에서 수색하다 4m 아래로 추락했다. 중상을 입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수색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며 실종자 가족이 제주지방경찰청에 박 경감에 대한 감사의 글을 보냈다.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돼 제주경찰청 표창을 받았다. 1991년 순경으로 경찰제복을 입은 박 경감은 26년간 제주 지역 민생 치안과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에 힘썼다.
부산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정상태 경위(47)는 지난해 9월 경남 김해시 대동1터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수습하다 ‘2차 교통사고’를 당했다. 폐쇄성 골절로 5시간 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재활치료를 받는 중이다. 정 경위는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노인을 발견해 가족 품에 돌아가게 하는 등 교통사고 사망사건 예방을 위해 활동했다.
● 위민소방관상
강릉소방서 맏형과 막내 안타까운 희생
두 사람은 각각 강릉소방서의 맏형과 막내였다. 정년을 1년 앞두고 있던 이 소방경은 강릉 지역의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1988년 2월 서울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해 550회 넘게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29년간 받은 유공자 표창만 5개다. 바쁜 업무 중에도 소방 활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스쿠버다이버와 무선통신사, 소형선박조종사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다.
이 소방교는 임용 8개월째를 맞은 새내기였다. 대학에서 소방방재학을 전공하는 등 소방관 아닌 다른 길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첫 부임지 강릉소방서에서 50회 넘게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항상 같은 팀으로 호흡을 맞추던 두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후 소방청은 순직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묵묵히 자기업무에 혼신 다한 공직자들 높은 평가 ▼
‘JSA 구조’는 내년 심사에 포함
최종 심사에 앞서 국방부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은 본청 및 지역에서 추천을 받고 엄밀하게 공적을 검증 평가한 뒤 3∼5배수의 후보를 선정했다. 최종 심사현장에서 각 기관의 실무자가 후보의 공적에 대해 각각 설명했고 심사위원들과의 질의응답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업적이 눈에 띄게 탁월한 후보와 함께 가급적 오랜 기간 공직에서 헌신한 후보,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후보들을 주목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는 병사를 극적으로 구출한 부대원들의 업적도 평가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공적심사 등 절차가 완료되지 못해 이번 심사 대상에서는 빠지고 내년으로 넘어갔다.
심사위원단은 엄정한 논의 끝에 대상 1명, 영예로운 제복상 4명, 특별상 1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2명 등 모두 11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 중 경찰, 해양경찰과 소방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광현 편집국 부국장
※ 시상식: 2018년 1월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