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사철나무
올곧음을 상징하는 사철나무는 추운 겨울에 열매를 터뜨리고 다홍색 씨를 내보인다.
사철나무는 요즘 조경수로 즐겨 심기 때문에 주위에서 자주 만날 수 있지만 나이가 많은 사철나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종종 조선시대 양반집에서 나이 많은 사철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 이유는 양반들이 사철나무를 즐겨 심었기 때문이다. 양반가의 사철나무는 외간 남자와 바로 얼굴을 대할 수 없도록 만든 문병(門屛), 즉 문의 병풍으로 심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작품에서도 사철나무를 만날 수 있다. 예컨대 심수경의 시에도 ‘열 그루 사철나무 정자를 에워싸니(十樹冬靑擁一亭)’처럼 사철나무가 등장한다. 허목의 ‘기언(記言)’ 가운데 ‘장암수석기(藏巖水石記)’에서는 줄사철나무가 둘러싼 바위, 즉 ‘장암(藏巖)’을 소개하고 있다. 더욱이 허목은 ‘덕유산기(德裕山記)’에서 향기가 나는 사철나무를 언급하고 있다. 전북 진안 마이산 줄사철나무군락(천연기념물 제380호)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보기 드문 사철나무 천연기념물이다.
사철나무가 스스로 푸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늘 파란 하늘의 기운을 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파란 하늘의 기운을 받으면 자신의 맑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맑은 모습은 좋은 기운을 많이 축적할 때 드러난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야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다. 이 같은 공부를 ‘호연지기(浩然之氣)’라 부른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