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범칙금 활용 특별회계 폐지後…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사고위험 방치 年8000억 규모 교통 범칙금-과태료, 청사건립-임금 등 엉뚱한 곳에 사용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인왕산로 내리막 구간은 좌우로 굽은 구조 탓에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다. 올해도 2∼9월 한 구간에서 6건이나 발생했다. 이런 내리막 구간의 경우 이른바 ‘그루빙’(차량 미끄럼 방지를 위해 도로에 홈을 내는 것)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강원 양구군 상리 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는 노란색 중앙선을 제외하고 다른 도로 위 표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수도 공사를 위해 도로를 판 뒤 아스팔트만 덮고 차로 표시를 하지 않은 곳도 있다. 폭이 좁고 굴곡이 있는 이면도로 교차로 지역이라 자칫 운전자가 차로를 착각해 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교통정비 예산이 부족해 표시를 새로 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2003∼2006년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를 교통안전시설에 투자하는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를 운용했다. 효과도 뚜렷했다. 이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1056명이 줄어 2007년 6166명이었다. 감소율은 14.6%. 하지만 재정당국의 반대로 특별회계가 폐지됐다. 매년 약 8000억 원 규모의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가 걷히지만 공공청사 건립이나 임금 등 교통안전과 무관한 곳에 쓰이고 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빅데이터 연구소장은 “매년 42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해마다 군 단위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특별회계로 교통안전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