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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예산 부족해 노면표시 작업도 제때 못해

입력 | 2017-12-26 03:00:00

2006년 범칙금 활용 특별회계 폐지後…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사고위험 방치
年8000억 규모 교통 범칙금-과태료, 청사건립-임금 등 엉뚱한 곳에 사용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도로 환경은 일본의 다이센시나 요코테시와 정반대다. 기본적인 노면표시 작업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인왕산로 내리막 구간은 좌우로 굽은 구조 탓에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다. 올해도 2∼9월 한 구간에서 6건이나 발생했다. 이런 내리막 구간의 경우 이른바 ‘그루빙’(차량 미끄럼 방지를 위해 도로에 홈을 내는 것)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강원 양구군 상리 시외버스터미널 앞 도로는 노란색 중앙선을 제외하고 다른 도로 위 표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수도 공사를 위해 도로를 판 뒤 아스팔트만 덮고 차로 표시를 하지 않은 곳도 있다. 폭이 좁고 굴곡이 있는 이면도로 교차로 지역이라 자칫 운전자가 차로를 착각해 사고를 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교통정비 예산이 부족해 표시를 새로 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교통안전시설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교통안전 예산 확보에 늘 난색을 보인다. 하지만 다른 예산을 돌려쓸 필요가 없다. 교통 단속 때 걷는 범칙금과 과태료만 온전히 교통안전에 활용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 교통 선진국처럼 교통안전 특별회계를 부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도 2003∼2006년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를 교통안전시설에 투자하는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를 운용했다. 효과도 뚜렷했다. 이 기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1056명이 줄어 2007년 6166명이었다. 감소율은 14.6%. 하지만 재정당국의 반대로 특별회계가 폐지됐다. 매년 약 8000억 원 규모의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가 걷히지만 공공청사 건립이나 임금 등 교통안전과 무관한 곳에 쓰이고 있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교통빅데이터 연구소장은 “매년 4200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해마다 군 단위가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특별회계로 교통안전 시설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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