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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PD, 스폰 리스트 공개 안 한 이유…“장자연 사건, 연예인에만 관심 쏠려”

입력 | 2017-12-26 10:42:00

SBS 


과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검찰권 남용 사례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검찰 과거사 위원회(과거사위)'가 고(故) 장자연 사건 등 8건을 검토 사건에 추가한다고 밝힌 가운데, 과거 '연예인 스폰서' 실태를 폭로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의 발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2월에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한 회사의 CEO로부터 제보받은 시크릿 리스트를 토대로 스폰서 실체 추적에 나섰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른바 대한민국 1%들만 받아 볼 수 있다는 '시크릿 스폰 리스트'가 언급됐다. 여기엔 유명 여배우부터 연예인 지망생을 망라하는 명단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그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았다.

방송 이후 '그것이 알고싶다' 배정훈 PD는 '스브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크릿 스폰 리스트'에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 연예인과 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며 "처음엔 믿기 어려웠지만 취재 과정에서 고급 주점 마담 및 연예계 관련자들의 증언, 그들이 제시한 증거들을 통해 사실에 준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리스트를 공개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은 채 신원 노출에 따른 2차 피해만 양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과거 고(故) 장자연 씨 사건 때 대중의 관심이 쏠린 곳은 잘못된 구조가 아니었다. 가해자가 누구인지, 어느 연예인이 개입됐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등이었다"라고 봤다.

이어 "명단을 공개하면 가해자로 연루된 사람들이 빨리 처벌받을 수 있지 않냐고? 글쎄. 보통 벌금형을 선고받을 텐데 벌금 몇 백만 원은 그들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리스트를 공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각종 찌라시에 황당한 낭설과 연예인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이러한 범죄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관행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검찰청 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장자연 사건' 등 8건을 '검찰 과거사 위원회' 검토 사건에 추가했다고 전했다.

장자연 사건은 배우 장자연 씨의 전 매니저 유모 씨가 장 씨 자살 다음날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장 씨가 전 소속사 대표 김 씨에 의해 유력 인사들과 술접대,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일명 '장자연 문건'을 흘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수사 끝에 '장자연 문건'에 거론되거나 유족에 의해 고소당한 언론사와 금융사 대표 등 20명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으나 김 씨와 유 씨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되고 '장자연 리스트'에 언급된 유력 인사들은 모두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혐의없음이 처분됐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