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화재 희생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를 지난해 7월 소방 점검한 사람은 건물주의 아들이었다. 지적사항은 소화기 압력 조정과 휴대용 비상등 교체 등 2가지에 불과했다. 건물주가 바뀐 뒤 점검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지난달 점검에서는 소화기 사용기한 초과,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화재감지기 작동 불량, 피난유도등 불량 등 67건이 무더기로 지적됐다. 화재 설비가 1년 만에 노후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건물주 아들에 의한 ‘셀프 점검’은 ‘눈 가리고 아웅’이었을 것이다.
건물주의 아들은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보유자였다. 소방 관련법에 따르면 소방시설 관리업체가 아닌 개인도 자격증만 있으면 점검이 가능하다. 이번 화재현장 조사 결과 경보-소화-피난 3대 화재설비가 모두 먹통인 스포츠센터가 방치된 것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 소방점검에 있다. 67건이나 지적한 지난달 점검 역시 20명이 숨진 여탕 사우나는 영업 중이라는 이유로 들어가 보지도 않고 ‘이상 무’를 판정했다. 이 때문에 비상구가 목욕용품 수납장으로 가려진, 미리 알았더라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잘못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소방점검은 건물주가 비용을 대기 때문에 점검업체들은 지출을 꺼리는 건물주 입맛을 고려해 ‘맞춤형 점검’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동안 부실 점검 업체와 시정조치에 불응한 건물주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해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 규제는 풀어야 하지만, 안전에 관한 규제는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