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CCTV 통해 본 소방당국 대처 비상구 위치 파악했다더니 83초 두리번거리다 돌아가 사다리차 진입 막은 차량 1대 뿐, 유족이 직접 치워 평면도 즉시 전송했다더니 신고 2시간 반 뒤 현장 전달
2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주변 폐쇄회로(CC)TV 12대와 생존자가 찍은 사진에는 이런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영상에는 시민뿐 아니라 소방 사다리차 도착과 구조 활동 등이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 속 모습은 “구조 활동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소방당국의 설명과 차이가 있었다. 특히 20명이나 숨진 2층 사우나(여탕) 구조 작업과 관련해 논란이 될 장면도 포착됐다.
○ 우왕좌왕 소방대원
CCTV 영상에 따르면 오후 4시경 살수차 2대와 구급차, 인명구조용 사다리차, 지휘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지휘차에서 내린 한 소방관이 건물로 걸어왔다. 건물에 다가선 시간은 오후 4시 3분 27초. 이 소방관은 건물 오른편 골목으로 들어간 뒤 15초 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무언가를 찾는 듯 두리번대던 소방관은 건물 1층을 살펴본 뒤 오후 4시 4분 50초 지휘차로 그냥 되돌아갔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비상계단을 찾던 중 2m가량 되는 철제 간이펜스가 길을 가로막은 걸 보고 이를 뚫기 위한 장비를 가지러 차로 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팀 확인 결과 해당 장소에 설치된 간이펜스는 높이가 60cm 정도에 불과했다. 성인 남성이 가볍게 뛰어넘을 높이였다.
○ 사다리차 출동 10분간 ‘스톱’
오후 4시 14분 23초 스포츠센터 정문 왼쪽으로 인명 구조용 소방 사다리차가 진입했다. 그러나 사다리차는 건물 외벽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하지 못한 채 10분가량 멈춰 있었다. 소방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진입 자체가 어려워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사다리차는 오히려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듯 사다리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외벽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한 건 화재 신고로부터 1시간 27분이 지난 오후 5시 20분이었다.
○ 비상계단 앞에 두고 50분 후 구조
소방서는 첫 출동 때 건물 평면도를 챙기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카카오톡을 통해 평면도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평면도가 실제로 현장에 전달된 건 화재 발생 후 2시간 반 지난 오후 6시 20분경. 건물 안에 수십 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뒤늦게 현장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소방대원이 비상계단 앞 골목에 처음 나타난 건 오후 4시 7분 30초다. 신고 접수 후 15분가량 지난 때다. 이때도 비상계단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오후 4시 10분경 6층에서 한 여성이 “숨을 쉴 수 없다”고 전화를 걸자 소방당국은 “구하러 올라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비슷한 시간 CCTV에는 대원 몇 명이 들것을 갖고 오가는 모습만 찍혔다. 근처 주민과 상가 주인 등이 비상계단 쪽을 향해 연신 손짓하는 모습도 보인다.
소방대가 처음 비상계단으로 진입한 것은 오후 4시 42분. 신고가 접수된 지 50분가량 지난 뒤다. 이때 2층에 있었던 20명은 이미 숨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천=김동혁 hack@donga.com·조응형·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