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가장 많이 간다는 내용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한국은 올해 연인원을 기준으로 총인구 대비 출국률 50%를 넘어설 전망인데 이 비율이 지난해까지 40%대로 1위였던 대만을 제쳤을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한국 사람이 해외로 나가려면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 섬나라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자동차만 타면 아니 걸어서도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육지로 된 국경을 건너면서 기념 촬영을 하는 건 한국과 (역시 섬나라인) 일본 사람밖에 없다는 우스개를 들었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물론 위 우스개도 사실과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이렇게 스웨덴(왼쪽)과 노르웨이 국경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남자도 있으니까요. 인터넷 캡처
그래서 세계은행에서 세계 여행(International Tourism) 출국자 숫자(Number of Departures)를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이 세계에서 해외여행을 제일 많이 한다는 건 역시 ‘새빨간 거짓말’에 가까웠습니다.
세계은행에서 출국자 숫자를 보유하고 있는 건 총 105개국. 지난해(2016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출발한 해외여행은 총 2238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5124만5707명)의 43.6% 수준이었습니다. 이 비율은 105개국 중 46에 해당합니다. 평균 이상인 건 맞지만 세계 최고는 물론 그 근처에 있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46.6%니까 한국은 OECD 평균보다도 해외여행을 적게 했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한국하고 열심히 열심히 비교한 대만은 어떨까요? 세계은행은 유엔 산하 기구이고 대만은 1971년 이후 유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은행에서는 대만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만 교통부 관광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지난해 대만을 떠난 출국자는 총 1458만8923명이었습니다. 지난해 대만 인구가 2355만6706명이었으니까 61.9%가 대만을 벗어난 셈입니다. 한국이 대만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색깔이 짙은 녹색에 가까울수록 출국률이 높다는 뜻입니다. 옅은 회색은 세계은행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나라입니다.
독립국 가운데서는 룩셈부르크가 298.8%로 1위입니다. 유럽은 나라와 나라가 서로 맞붙어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당연히 나라 사이를 오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평균적으로 전체 인구 대비 81.8%가 해외로 떠난 적이 있습니다.
출국자 절대 숫자로 따졌을 때는 물론 중국에서 1억1687만 명이 출국해 1위였습니다. 한국에서 출국한 사람 숫자를 같은 방식으로 따지면 13위가 됩니다. 단,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인구 대비 비율로 따졌을 때는 8.5%(80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일본도 12.8%(72위)로 전 세계 평균(18.5%·2015년 기준)보다도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