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드컵공원 전시관의 난지도 쓰레기들. 구두닦이통, ‘코리아나’의 서울 올림픽 주제가 앨범 등이 눈에 띈다.
난지도는 원래 아름다운 꽃이 피고 새가 노니는 곳이었다. 예부터 난초와 영지가 자란다고 해서 난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꽃이 많아 꽃섬, 오리가 물에 떠있는 모습이어서 오리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960, 70년대 난지도는 억새가 우거져 데이트와 영화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 난지도가 쓰레기 매립지로 변한 것은 1978년. 이후 1993년까지 서울시민의 쓰레기는 모두 난지도로 모였다. 15년 동안 약 270만 m²(82만3000여 평)에 9200만 t의 쓰레기가 쌓였고 그 높이가 98m에 달했다. 8.5t 트럭 1300만 대 분량. 거대한 쓰레기산이 생긴 것이다. 파리 먼지 악취가 많아 삼다도로 불렸고, 15년 동안 무려 1390차례나 화재가 발생했다. 불모의 땅이었다.
월드컵공원 동편 가장자리에 가면 난지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이 있다. 쓰레기산을 절개한 단면 모형과 난지도 쓰레기 일부를 전시해놓았다. 10여 년 전엔 뉴 뽀빠이, 김성동 소설 ‘만다라’, 조용필 1집, 비사표 성냥, 삼양라면 등이 보였는데 며칠 전 가보니 연탄재, 구두닦이 통, 그룹 ‘코리아나’의 서울 올림픽 주제가 앨범, 브라운관 TV, 자전거 튜브 등이 눈에 들어왔다.
난지도 쓰레기는 개발시대 서울의 일상과 소비와 욕망의 흔적이다. 그리고 난지도의 수난사이기도 하다. 그 흔적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난지도 쓰레기장의 핵심 공간이었던 노을공원 하늘공원에서는 더더욱 그래야 한다. 사람들이 발 디디는 지표면 아래엔 지금도 엄연히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있기 때문이다.
2050년쯤, 노을공원이나 하늘공원 일부를 절개해 발굴해보면 어떨까. 1970, 80년대 서울의 삶을 만나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광표 오피니언팀장·문화유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