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DB
2017년 KBO리그도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분야처럼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고, 숱한 지탄을 자초한 인물이 나타났다. 애증이 교차했고, 희비가 엇갈렸다. 그럼에도 역대 최다인 840만 관중이 뜨거운 함성으로 자신의 팀과 선수를 응원했다. KBO리그의 지난 1년을 10개 구단 대표 인물들의 발자취로 되돌아본다.
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IA=양현종
2017시즌을 앞두고 전력상승이 점쳐졌지만, 우승까지 할 후보로 평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더니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한 명의 힘으로 이룬 것은 아니지만, 그 중 일등공신을 꼽자면 단연 에이스 양현종이다. 31경기에 선발등판해 20승6패, 방어율 3.44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국내투수의 20승 달성은 1999년 현대 정민태 이후 18년만이며, 선발 20승은 1995년 LG 이상훈 이후 22년만이다. 아울러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석권했다.
두산 박건우. 스포츠동아DB
● 두산=박건우
두산의 육성능력을 잠실구장에서 온 몸으로 입증한 선수가 박건우다. 두산이 프리에이전트(FA) 김현수, 민병헌을 적극적으로 붙잡지 않았던 데는 이미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한 박건우에 대한 자신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두산은 시즌 초부터 이어진 주축전력의 부상으로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김재환이 풀타임 2년차 징크스 없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 잡고, 박건우가 5툴 플레이어로 우뚝 선 덕분에 매년 상위권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엔진을 완성했다. 박건우는 타율 0.366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타격 능력에서 민병헌을 뛰어넘었고, 수비력도 크게 성장했다.
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롯데=이대호
KBO리그의 몸값 역사를 다시 썼다. 4년 총액 150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에 롯데로 유턴했다. 이대호의 복귀로 롯데는 흥행(100만 관중)과 성적(가을야구)에서 쌍끌이 실적을 올렸다. 이대호는 142경기에서 타율 0.320(173안타), 34홈런, 111타점을 올렸다. 또 이대호의 가세로 롯데는 정신적 리더를 얻었다. 전반기 고비를 넘기고 후반기 대약진에 성공해 1982년 창단 이후 팀 최다승(80승)을 거뒀다. 올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강민호(삼성)를 잃었다. 이대호의 비중이 더 높아질 상황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은 2018시즌에도 이대호에게 주장의 중책을 맡겼다. 아직도 롯데는 이대호다.
NC 김경문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NC=김경문 감독
SK 최정. 스포츠동아DB
● SK=최정
SK는 2017시즌 홈런의 팀이었다. KBO리그 단일시즌 팀 최다홈런 기록인 234개를 터트렸다. 그 최전선에 선 인물이 4번타자 최정이다. 130경기에서 타율 0.316, 46홈런, 113타점을 올렸다. 2016년(40개)에 이어 2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했다. 최정은 2018시즌을 끝으로 SK와의 프리에이전트(FA) 4년 계약이 만료된다. 향후 거취와 몸값을 놓고 최정의 일거수일투족은 KBO리그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KBO리그에는 박병호(넥센), 김현수(LG) 등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강타자들이 새롭게 가세한다. 최정과의 홈런왕 경쟁구도도 관심사다.
LG 양상문 단장-류중일 감독(오른쪽). 스포츠동아DB
● LG=양상문 단장
정규시즌 막판까지 가을야구 티켓을 다퉜다. 결과는 아쉽게도 6위. 사령탑이 교체됐다. ‘삼성왕조’를 일군 류중일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의외의 인선이 수반됐다. 전임 사령탑인 양상문 감독은 단장으로 옮겼다. 문책이 아닌 영전으로 해석됐다. 프런트 수장으로 변신한 그는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베테랑 정성훈은 방출됐고, 손주인은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났다. 성난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출발부터 사면초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도 빈털터리가 될 뻔했으나, 다행히 두산 출신 거물 외야수 김현수를 잡았다. 반전의 계기가 될까.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아직도 그의 양손에는 못 채운 답안지가 가득하다.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 스포츠동아DB
● 넥센=이장석 전 대표이사
넥센 구단은 2017시즌 내내 이장석 전 대표이사의 행보를 지켜봐야 했다. 이 전 대표가 2016년 중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구단이 발칵 뒤집힌 것이 발단이다. 2017시즌에도 이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선수 트레이드 때마다 “구단에 돈이 없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온 데는 이 전 대표의 경영권 분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른 구단 매각설에 선수들도 동요했고, 이는 넥센이 69승2무73패(7위)로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 전 대표는 11월 6일 결심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8년을 구형받았고, 내년 1월 15일 예정된 공판에서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김성근 전 감독.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한화=김성근 전 감독
단순히 2017시즌에 국한한 키워드가 아니다. 부임 첫해인 2015시즌부터 한화를 얘기할 때 김성근 전 감독에 대한 언급이 빠진 적은 없었다. 올해 5월 23일 퇴진을 결정한 뒤에도 그랬다. 이후 한화의 팀 운영방식은 늘 김 전 감독의 그것과 비교되곤 했다. 3년간 한화는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고, 김 전 감독이 지휘한 331경기에서 152승3무176패(승률 0.463)의 성적을 남겼다. 한때 ‘야구의 신’으로 추앙받던 그가 ‘실패한 감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혹사와 퀵후크, 비정상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졌으니 한화 구단 입장에선 다행이다.
삼성 김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김상수
김상수에게 2017년은 야구인생의 제2막을 열 수 있는 해였다.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있어 소위 ‘FA로이드’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즌이었고, 주장까지 맡아 책임감도 남달랐다. 그러나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스프링캠프 도중 발목 부상을 입으면서 정상적인 몸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5월이 다 돼서야 정규시즌에 임했는데, 5월 한 달간 기록한 타율은 0.243이었다. 6월 중순 이후로 몸이 또다시 말썽을 일으켰다. 발목 통증이 지속되면서 9월 중순까지 결장했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삼성의 가을야구가 사실상 좌절된 상황이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캡틴’의 부재는 삼성에 치명적 악재였다.
이대형. 스포츠동아DB
● kt=이대형
이대형은 kt가 KBO리그에 데뷔한 2015년부터 꾸준히 ‘마법사군단’의 상위타선을 맡았다. 2016년까지 2년 연속 3할 타율을 올렸고, 출루율도 3할대 후반을 찍었다. 그러나 이 베테랑 리드오프는 2017년 크게 주춤했다. 타율은 0.267까지 떨어졌고, 출루율도 0.315에 머물렀다. kt는 6~7월 8승36패로 최악의 승률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 이대형의 타율은 0.242였다. 7월 월간타율은 0.188까지 하락했다. 이대형을 포함한 여러 베테랑들이 제 몫을 못해주니 팀 성적은 더욱 더 나락으로 떨어졌다. 8월에는 부상 악령이 겹쳤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으면서 팀의 후반기 약진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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