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정책혁신위원회라는 조직이 어제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다음 날 오전 홍용표 당시 통일부 장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철수 지시가 통보됐고, 이날 오후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세부계획을 마련한 뒤 10일 발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개성공단 철수를 결정한다면 헌법상 긴급처분이나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협력사업 취소 등의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달 간격으로 실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내려진 정치적 결정이다. 대통령은 그런 고도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는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다 따랐다 하더라도 결정이 뒤바뀌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형식적 절차를 놓고 다 지켰느니 마느니 따지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가.
더구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남북 상황이 개선되면 재가동할 것을 전제로 한 임시적인 중단으로 영구적인 중단을 전제로 하는 협력사업 취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 헌법 제78조가 규정한, 내우외환 등의 상황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도 아니고 교전 상태에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한 긴급조치도 아니다. 따라서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해 승인을 얻어야 할 사안도 아니다. 그런 사안이었다면 당시 국회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성공단 재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상황이 바뀌어 개성공단 재개를 추진하더라도 굳이 전 정권의 조치를 불법적인 양 깎아내리면서 할 필요는 없다. 당시는 유엔 대북 제재와 충돌하는 개성공단의 유지가 어려워진 시기였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혁신위의 발표는 문 대통령 공약에 억지로 맞춘 느낌이 적지 않다. 각 부처가 들러리로 내세워 ‘손 안 대고 코 푸는’ 식의 이런 위원회야말로 법적 근거가 없는, 없애야 할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