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이는 기부 활동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새희망씨앗 사건’과 ‘이영학 사건’ 등 기부금 유용 및 횡령 등의 범죄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회의적인 태도가 강해진 것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성인 남녀 10명 중 8명(81.7%)은 이영학 사건과 같은 기부금 관련 범죄가 매우 많을 것 같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이와 같은 기부금 범죄는 국내 기부 문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대부분 이번 이슈로 인해 기부자가 감소할 우려가 있고(85.9%), 선량하고 정당한 기부에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92.1%) 바라봤으며, 지금까지 해온 기부를 주저하게 될 것 같다는 응답자도 72.1%에 달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선의를 가지고 기부를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이 낸 기부금이 제대로 잘 사용되는지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기부를 받는 기관의 불투명한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면,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기부 수혜자에 대한 의심까지 커져버린 셈이다. 앞으로는 개인이 직접적으로 기부금을 받는 일을 법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65.9%)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기부금의 사용 명세가 공개적으로 발표돼야 한다는 의견(2015년 59.0%→2017년 86.9%)도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내가 낸 기부금이 실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그 사용 명세를 알 권리가 있다는 인식(82.7%)이 매우 뚜렷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계기에 기부 문화를 점검해보고,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부금 사용 명세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체계적으로 기부금을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기부 활동을 개인의 선의에만 의지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부자 스스로도 자신이 낸 기부금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지켜봐야만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선한 마음이 이웃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우리의 기부 문화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