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국회에는 불법 주차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들이 계류돼 있다. 소방차 등 긴급자동차 통행을 방해하는 장소를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으로 지정하여, 불법 주차한 차주에게 과중한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이다.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올라와 있다. 그러나 서울에만 300만 대에 육박하는 자동차가 등록되어 있고, 전국적으로는 2000만 대를 훌쩍 넘은 지 오래다. 상황이 이런데 단속을 강화하고 소방차 주차공간을 더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믿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갈 데 없어 불법으로 주차한 차량을 강하게 단속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운전자들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고 단속이 심하지 않은 골목을 찾아 주차할 게 뻔하다. 화재 위험이 이 골목에서 저 골목으로 옮겨가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자전거도로, 골목길 주차, 공유차량 주차공간으로 점점 좁아지는 골목에서 소방차 진입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고민 끝에 그들은 도로 상황을 개선하는 것보다 소방차가 변화하는 도로에 적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4년 좁은 골목에서 요리조리 다닐 수 있는 ‘미니 소방차’를 개발했다. 회전반경이 10m에서 7.6m로 줄었고, 작지만 1900L의 물을 싣고 경사 22도의 오르막도 오를 수 있다고 한다. 호스 연결부와 조작 버튼은 차량 안쪽에 달아, 좁은 골목에서도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주차를 단속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긴 하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오히려 불법 주차를 피해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불법 주차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단지 인명피해가 나는 게 안타깝고, 사람이 죽고 사는 와중에 그 나물에 그 밥인 정책이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