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원 돌풍 낳은 ‘프로듀스 101 시즌2’ 제작총괄 김용범 PD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 E&M 센터에서 만난 김용범 엠넷 PD. 영어학을 전공한 그는 “기독교방송의 외화 번역 작가로 활동하며 방송 제작의 꿈을 품게 됐다”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여기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가요 연습생 11인은 그룹 ‘워너원’으로 데뷔해 일약 슈퍼스타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 총괄을 맡은 김용범 PD(42)를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 E&M 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2009년 당시 ‘악마의 편집’이란 신조어를 양산한 ‘슈퍼스타K’의 연출자다. 영화 속 ‘악질’ 제작자의 상을 떠올리며 센터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 악마의 편집 뒤에 휴먼 다큐 마니아 있다
김 PD의 이런 ‘잔잔한 애늙은이 취향’이 되레 악마의 편집 논란까지 빚은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의 새 전형을 만든 셈이다. “말수가 없고 조용한 성격이에요. 식구들, 친구들, 후배들 얘기 듣는 걸 즐겨요. 누군가는 너무 듣기만 한다고 짜증낼 정도죠. 그래도 사람 이야기가 제일 재밌는 걸 어떡합니까.”
고교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에 빠져 그들을 육안으로 보려 방청객 모집 아르바이트에 뛰어들 정도로 음악을 좋아한 그가 막연히 택한 직업이 음악방송 PD다.
○ “시청자 주체성이 ‘슈스케’ ‘프로듀스’ 신드롬 일궈”

1위를 차지한 강다니엘의 스타성을 그는 일찌감치 알아봤을까. “초기엔 그저 미소가 귀엽다는 느낌만 봤어요. 오히려 TV 방송 화면이 아닌 개인별 웹 콘텐츠로 화제가 됐죠. 악마의 편집을 가려내는 혜안을 갖춘, 스마트폰 시대 현명한 시청자들이 직접 스타를 만든 셈입니다.”
‘프로듀스 101’의 성공 이후 비슷한 프로그램이 다수 생겼다. “방송에는 7, 8년 주기로 거대한 유행 사이클이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슈퍼스타K’처럼 일반인 주인공 프로그램의 시대가 ‘재림’할 것 같아요.” 그는 새해에 ‘너의 목소리가 보여5’ ‘고등래퍼2’의 제작을 총괄한다.
김 PD는 2018년 이후의 지향점을 “글로벌”로 압축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 ‘골든 탬버린’ ‘위키드’ 등 엠넷의 음악 예능 포맷들이 태국부터 이탈리아까지 해외에 수출됐다. “한일합작 걸그룹 프로젝트 ‘프로듀스48’을 비롯해 지금까지 오랜 세월 추구해온 글로벌 지향이 꽃을 피웠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깜짝 놀랄 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인 사람 이야기, 기대해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