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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신고 3분만에 소방관들 투입… 너무나 달랐던 강릉 대형마트 화재

입력 | 2017-12-29 03:00:00

6층 레스토랑서 불 나자 대피 방송… 7층 영화관 300명 안전한 곳 유도
직원들은 끝까지 남아 관람객 확인… 스프링클러도 작동해 인명피해 막아




소방관들이 27일 오후 강원 강릉시 한 대형마트 건물 6층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난 불을 소방호스로 끄고 있다. 화재는 약 10분 만에 완전히 꺼졌으며 2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강원도 소방본부 제공

27일 오후 10시 55분경 강원 강릉시 경강로의 한 대형마트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8층짜리 건물 6층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났다. 대형마트는 휴무였다. 레스토랑도 영업이 끝나 마지막 정리 중이었다. 하지만 상영관 8개가 있는 7층 영화관에 관객과 직원이 300명 넘게 있었다.

신고와 거의 동시에 화재경보가 건물에 울려 퍼졌다. 식당과 영화관 직원들도 “불이야”를 외쳤다. 이때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이미 ‘심상찮은 상황’이 발생한 걸 알고 있었다. 영화관에 설치된 영상음향 차단장치 덕분이다. 화재 등 비상상황을 알리는 경보가 울리면 자동으로 상영 중인 영화와 음향이 중단되는 장치다.


곧이어 대피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직원들은 상영관에 있는 관객들을 비상구로 안내했다. 직원들은 관객을 모두 대피시킨 뒤 혹시 남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영화관에 있었던 관객들은 “신속한 대피방송 덕분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신고 3분 후 강릉소방서 옥천지역대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마트와 0.8km 떨어진 곳이다. 다행히 불이 난 레스토랑 주방의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불이 크게 번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원들은 진화와 함께 미처 대피하지 못한 관객의 탈출을 도왔다. 잠시 후 강릉소방서 대원들이 도착해 진화에 나섰다. 불은 오후 11시 9분경 완전히 꺼졌다. 당시 소방차 15대와 대원 35명이 투입됐다. 대피 과정에서 건물 관리직원 A 씨(36)와 영화관 관객 B 씨(27·여)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 건물은 지하 6층 지상 8층 규모다. 늦은 밤 어두운 영화관으로 불이 번지거나 대피 중 큰 혼란이 벌어졌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화재감지기와 경보기,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적절한 대피 안내가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했다. 화재 발생 초기 가장 중요한 경보-피난-소화 3개 부분의 기능이 모두 제 역할을 한 것이다.

28일 해당 건물에서는 대대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졌다. 점검 후 영화관은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화재로 영화를 보다 돌아간 고객에게는 환불을 해주고 있다. 소방당국은 레스토랑 주방 쓰레기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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