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새해 특집/유럽 스마트시티를 가다]<上> 바르셀로나 ‘22@ 혁신지구’
《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국가적 프로젝트로 ‘K-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이 올해 본격 시동을 건다. 정부는 기존 도시에 스마트시티 옷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미래 기술을 총동원해 해외 수출 모델이 될 테스트베드(시범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이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등 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유럽 3개 도시를 둘러봤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통해 K-스마트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
22@ 바르셀로나 혁신지구의 재정비된 철로를 따라 신형 트램이 지나고 있다.
이곳은 20여 년 전만 해도 버려진 공업지대였다. 한때 섬유·방직산업으로 번성했다가 1960년대 이후 제조업이 쇠퇴하고 공장들이 대거 문을 닫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황폐했던 포블레노우는 이제 ‘22@바르셀로나 혁신지구’로 불린다. 8200여 개 기업이 들어선 대규모 업무지구와 주거, 문화, 교육이 어우러진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찾은 해답은 ‘지식 기반의 첨단 산업도시’. 정보통신기술(ICT), 미디어, 바이오, 에너지, 디자인 등 5대 첨단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시는 먼저 대규모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트램 노선을 비롯해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도로도 만들어 교통 체계를 정비했다. 22@혁신지구 전체에 광역무선통신망을 깔고 자동 쓰레기 수거 시스템 같은 첨단 인프라를 구축했다. 차가운 바닷물을 끌어와 냉방에너지를 공급하고 쓰레기를 소각해 나오는 열로 난방에너지를 공급하는 친환경에너지 시스템도 적용했다. 최근엔 전기차 충전소도 곳곳에 설치했다.
무엇보다 혁신지구의 10% 터를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해 5대 첨단 산업과 관련된 대학들을 대거 유치했다. 현재 지구에는 ICT 및 미디어에 특화된 UPF 등 10개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 2만5000여 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쇠퇴한 공장지대에서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한 22@ 혁신지구에는 10개 대학과 8200여 개 기업이 한데 어우러져 인재, 기술 등을 교류하고 있다. 거리 뒤로 정보통신기술(ICT) 및 미디어에 특화된 대학 UPF와 미디어 기업 RBA가 나란히 입주한 고층 건물이 보인다. 바르셀로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15년여 만에 이곳에 입주한 기업은 8200여 개로 급증했다. 스페인 최대 전력회사 엔데사를 비롯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애플, 야후 등이 터를 잡았다. 아마존도 인공지능(AI) 관련 계열사의 사옥을 짓고 있다.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만 9만여 명. 옛 공장지대가 첨단업무지구로 거듭난 뒤 대규모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 셈이다.
이렇게 모여든 대학과 기업들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만들어 다양한 연구개발(R&D), 인턴십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8년간 사업단 대표를 맡아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호세프 피케 국제과학혁신지구협회(IASP) 회장은 “도시 혁신을 위한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구축됐다. 22@혁신지구는 인재, 첨단 기술, 기업이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21세기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 “산업, 주거 융합이 중요”
2001년 이후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도 2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바르셀로나 전체 인구 증가세(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시는 개발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기존 주민을 대상으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피케 회장은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혁신지구 내에 쇼핑센터, 서비스 기관, 문화 공간을 모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문 닫은 공장 곳곳은 미술관, 박물관으로 변신했고 버려진 집터에는 각종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피케 회장은 “기업과 학생, 지역주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게 성공 비결”이라며 “한국 지자체도 노후한 산업단지의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 많은데 산업과 주거 공간을 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바르셀로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