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신기술 현장]<2> 인천공항 스마트 수하물시스템
88km 이르는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패트롤 트레이’가 돌아다니며 감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수하물처리장의 모습. 전체 길이 88km에 이르는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를 구동시키기 위해 1만4500개의 모터가 쉴새없이 돌아간다. 인천공항공사와 포스코ICT가 공동개발한 패트롤 트레이(아래쪽 사진)는 벨트 위를 돌아다니며 모터의 진동 등 상태 데이터를 5단계로 나눠 설비가 고장나기 전 미리 대응할 수 있게 문제 상황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ICT 제공
주인 손을 떠난 짐들이 보안검사를 마치고 향하는 곳은 공항 지하에 있는 수하물처리장. 지하 3층, 축구장 넓이 33배(23만4026m²) 규모에 총 길이 88km의 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곳에서 나르는 수하물은 하루 평균 약 15만2000개에 이른다. 4700개의 트레이(짐을 싣는 쟁반)가 탑승 항공기까지 짐을 실어 나르는 동안 컨베이어 벨트에 설치된 1만4500개의 모터와 3만5700개의 센서가 수하물 이동 경로와 분류를 위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는 인천공항의 수하물처리시스템(BHS)이다. 올해부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스마트 기술이 BHS에 접목돼 인천공항은 최첨단 공항 물류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항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인천공항 BHS는 2001년부터 포스코ICT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달 18일 개항을 앞둔 제2여객터미널에도 이 회사의 BHS가 구축된다.
포스코ICT는 모회사인 포스코를 통해 국내 최초로 제철소에 AI, IoT 등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한 경험을 공항 물류에 접목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개발한 ‘예지 정비(Predictive Maintenance) 시스템’이다. 이는 공항 BHS에 세계 최초로 AI, 빅데이터, 로보틱스 기술 등을 적용해 설비의 상태 정보를 수집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자동으로 처리하는 구조다. AI 시스템이 패트롤 트레이가 보내온 진동 데이터 등을 분석해 설비가 고장 나기 전에 미리 감별해내 조치하면 공항 물류를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 한홍재 수하물시설팀 차장은 “기존에 사람이 직접 챙겼던 정기점검에서는 숙련도에 따라 고장이나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유동적이었지만, 예지 정비 시스템은 패트롤 트레이가 수집한 정보를 정상 데이터와 비교해 미리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부분을 사전에 알려줘 보다 정교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패트롤 트레이를 개발한 포스코ICT 최의식 시니어매니저는 “그동안 BHS가 설비효율 향상을 비롯한 하드웨어 중심으로 개선됐다면 앞으로는 AI 등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포스코ICT는 1터미널 수하물을 1km 떨어진 탑승동으로 고속 환승하는 과정에서 바구니 한 개당 짐이 두 개 겹쳐 잘못 분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 카메라로 수화물 윤곽을 인식해 가려내는 ‘이중적재 영상검출시스템’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최근 최적화 시험을 마치고 올해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수하물 처리량이 많아서 과부하가 걸릴 때 항공사 체크인 카운터에서 벨트 속도를 조절해 부하를 점차 줄여나가는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인천=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