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두 얼굴의 신년사’]“대표단 파견 용의” 대화 공세
2년 연속 양복 신년사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를 낭독한 뒤 퇴장하는 모습. 올해로 6년째 육성 신년사를 발표한 김 위원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민복 대신 감색 양복을 입은 데 이어 이날은 은회색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넓은 바지통이 김 위원장의 허리 사이즈 등 육중한 체구를 짐작하게 한다. 조선중앙TV 캡처
하지만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핵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결국 김정은이 지난해 줄곧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다가 대답을 듣지 못하고 제재 국면만 강화되면서 궁지에 몰리자 한국에 유화 메시지를 던지며 일시적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북핵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에 손을 내밀어 한미동맹을 흔들고 남북 관계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을 진척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 김정은, 한반도 정세 주도권 노리나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밝힌 것은 대회의 안정적 개최와 흥행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북한 선수단 참가와 관련된 체육회담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 기간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회담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요구할 반대급부에 쏠린다. 그냥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겠느냐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한미 연합훈련 연기, 축소뿐만 아니라 통일 분위기 조성 등을 내세워 5·24조치 및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통일부도 신년사 분석 자료에서 “북한이 경제 분야 전반의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대남관계에서 (대북 제재의) 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며 여러 협력을 요구할 경우 ‘남남갈등’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대북 제재에서 이탈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나아가 한미 전시작전권 전환, 미국 첨단 무기 도입 등과 같은 국방 과제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화해 메시지와 별개로 올해도 핵폭주 이어갈 듯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 “우리(북한)의 핵무력은 미국이 모험적인 불장난을 할 수 없게 제압하는 강력한 억제력”이라며 미국을 위협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삼갔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ICBM을 (실전에 쓸 정도로) 아직 완성한 게 아니고 추가 핵실험도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어떻게든 (대북 제재의) 판을 흔들어 보려고 하는 것 같고, 한국과 진심으로 뭐를 해보겠다는 것보다는 대북 공격을 할 수 없게 ‘미국을 좀 붙잡아 달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황인찬 hic@donga.com·신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