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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UAE방문때 왕세제 최측근과 핫라인 구축 합의”

입력 | 2018-01-02 03:00:00

靑핵심관계자 “직접소통 동의”… 칼둔 방한해 군사협력 논의 전망
MB “UAE와 이면계약 없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양국 2인자 간 핫라인 구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곧 이뤄질 칼둔 청장의 방한도 이 합의의 연장선상이란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UAE 방문 당시 임 실장과 칼둔 청장이 별도 회동을 갖고 ‘다른 조직에 의지하지 말고 우리끼리 직접 소통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다. 왕정 국가인 UAE의 성격상 주요 현안에 대해 부처 간 채널이 아닌 2인자 직통 라인을 요구한 것이다.

이 직통 채널의 첫 결과물은 군사 협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UAE에 주둔 중인 아크부대의 활약을 기반으로 군사 교류 및 방산 수출 확대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UAE에 10여 개국 군이 주둔 중인데, 한국군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다. 이를 통해 중동의 전략 국가인 UAE와의 관계를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하얀 왕세제는 우리 정부에 “최정예 부대인 아크부대가 UAE에 주둔하고 있는 것은 여타 국가와 차별화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청와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임 실장의 UAE 방문 관련 의혹은 확산되고 있다. 의혹은 △탈(脫)원전에 대한 UAE의 불만 △이명박 정부의 비리 △우리 기업의 UAE 사업 난항 △파병 갈등 등 크게 네 가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바라카 원전은 나하얀 왕세제가 직접 ‘세계적 자랑’이라고 말했고,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만약 있다 해도 양국의 미래를 위해 관심 가질 사안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국내 기업의 UAE 사업도 재계와 청와대 모두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다만 임 실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만난 사실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만남은 UAE와 전혀 무관한 건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뭐든 다 UAE와 연관된 것처럼 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병 관련 의혹은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수출 대가로 UAE와 군사 관련 비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새 정부 들어 이 내용이 이행되지 않자 UAE가 불만을 제기했다”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는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군사 관련 내용은 민감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청와대가 칼둔 청장의 방한 뒤 ‘양국 간 이견은 없다. 더 협력하기로 했다’는 공동 발표로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당초 칼둔 청장은 자신의 방한 사실을 비공개로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UAE와) 이면계약은 없었다. 내가 (더 이상) 이야기하면 폭로여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우리가 UAE를 아주 작은 나라로 알지만, 꽤 영향력이 큰 나라”라며 “예전에도 그랬다. 아무 때라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과 통화할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칼둔 청장이 방한하면 의혹이 수습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칼둔 청장이 실세인 것은 맞다”고 답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