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꿈을 묻다]<7> 스피드스케이팅 황제 스벤 크라머르
수많은 전 세계의 스포츠 선수 중에 ‘황제’라는 칭호를 받는 선수는 손에 꼽는다. 스벤 크라머르(32·네덜란드)는 세계 ‘빙속 황제’다. 2005년 19세 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서 당시 세계기록(6분08초78)을 세운 뒤로 장거리 절대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빙속 세계 최강 네덜란드 대표팀의 중심으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크라머르는 한층 완숙해진 황제의 위용을 과시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출전한 크라머르는 3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 말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때 그를 만나 ‘황제의 꿈’을 들었다.
크라머르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때로는 눈을 부릅뜬 표정으로, 때로는 웃으면서 “나만 지켜봐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거만하다 싶을 만큼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그는 요즘 평창 올림픽과 관련한 어떤 질문이든 대답할 때 “확신한다(I’m Sure)”를 붙인다. 크라머르는 “그만큼 평창 올림픽을 잘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평창에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랬더니 “목표를 묻지 말고 나의 꿈을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는 “나는 목표를 넘어 꿈을 꾸고 있다. 나는 늘 스케이팅 기술과 스케이팅을 잘할 수 있는 ‘맛’을 연구해왔다. 스케이팅할 때 다리와 온몸을 통해 전해져 오는 느낌이 바로 스케이팅의 ‘맛’이다. 하지만 정확하게 내 스케이팅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하지는 못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내 스케이팅에 대한 정의를 내려보고 싶다. 그러면서 금메달이란 결실을 따내고 싶다.”
○ 장거리 황제랍시고 안전 레이스는 없다
크라머르는 감정 변화가 심했다. 나쁘게 보면 다혈질에 제멋대로 성격이다. 그만큼 승부욕도 강하다. 이에 대해 크라머르는 “맞다”고 인정하며 “이런 성격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려고 평범한 스케이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크라머르는 2007년 11월 월드컵에서 자신의 5000m 최고 기록이자 지금도 올림픽 오벌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는 6분03초32를 세웠다. 크라머르는 “10년 전 감을 다시 찾고 기록도 깨보려고 모든 변수를 살폈다. 이곳에서 ‘크라머르가 이런 기록밖에 못 내’라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위험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스케이팅으로 내 기록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크라머르는 3차 대회에서 6분07초04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자신의 최고 기록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크라머르는 “아이스크림처럼 잘 미끄러지는 좋은 빙질에서 어떻게 공격적인 스케이팅을 할지를 알았다”며 만족해했다.
○ 깨져버린 황제의 기록…“어차피 편하게 호흡하는 경기는 없다”
자국 대표 선발전을 대비하느라 4차 대회에 불참했던 크라머르로서는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 하지만 크라머르는 “편하게 숨쉬면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걸 늘 새기고 경기에 나선다”며 다시 세계기록을 찾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평창 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5000m, 1만 m와 남자 팀추월 경기에 나서는 크라머르는 1만 m에서도 세계기록에 도전한다. 2006년 이후로 크라머르가 세계기록 경신을 독점해왔지만 2015년 11월 역시 블루먼이 12분36초30으로 크라머르의 당시 세계기록(12분41초69)을 깼다.
크라머르는 이번 시즌 첫 대결을 한 월드컵 2차 대회 1만 m에서 12분50초97로 우승하며 일단 블루먼의 기세(12분52초64)를 눌러놓은 상태다.
○ 황제의 힘, 여자 친구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르(왼쪽)와 여자친구인 필드하키 선수 나오미 판아스. 사진 출처 스벤 크라머르 인스타그램
캘거리=유재영 채널A 기자 elegant@donga.com
스벤 크라머르는…
△생년월일: 1986년 4월 23일생(네덜란드 헤이렌베인)
△키, 몸무게: 187cm, 83kg
△가족: 아버지 예프 크라머르와 여동생 브레흐트 크라머르도 스케이트 선수 출신
△취미: 사이클
△올림픽 성적: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 2010년 밴쿠버 올림픽(5000m), 2014년 소치 올림픽 2관왕(5000m, 팀추월)
△세계선수권 성적: 세계종목별선수권 금메달 19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세계종합선수권 9회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