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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개의 해’ 유기견엔 가족이 행복

입력 | 2018-01-02 03:00:00

강동구 유기견 분양 ‘리본센터’ 가보니
저마다 아픈 사연 있는 14마리… 검사후 15일 머물며 새 주인 찾아
입양 받으려면 5주 교육 거쳐야




서울 강동구 유기견 분양기관 ‘리본센터’를 찾은 사람들(가운데)이 유기견과 직원들이 놀이공간에서 노는 모습을 보고 있다. 카페 같은 리본센터에서는 누구나 유기견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거나 입양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황금개 해’라는 2018년 무술년(戊戌年) 첫날. 언뜻 카페처럼 보이는 서울 강동구 한 건물은 “왈왈!”대며 뛰노는 강아지로 가득했다. 강동구가 지난해 12월 중순 공식 개장한 카페형 유기견 분양기관 ‘리본센터’다. 자동차정비소를 개조해 만든 리본센터는 1층과 2층이 트여 개방적이며 분위기도 밝다. 그동안 유기동물보호소는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 점을 감안해 리본센터는 접근성을 가장 강조했다.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어야 유기동물 입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리본센터를 들어서면 1층 입구 쪽과 2층 일부는 카페로, 1층 안쪽은 개를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 경계는 유리벽이다. 직원들은 어느 정도 큰 개와 어리고 작은 개들을 작은 방과 놀이공간에 번갈아 가며 풀어놓는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다가도 개들이 유리벽 너머로 나타나면 “우아” 하며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곳에 있는 개 14마리는 저마다 아픔이 있다. 학대받은 상태로 구조된 3년생 진돗개는 여전히 목 주변에 붕대를 감았다. 보송보송한 새끼 셰틀랜드시프도그 3형제는 종이상자 안에 사료 약간과 함께 버려졌다. 길을 잃고 헤매다 오는 개도 있다.

리본센터는 보호공간이 아니라 유기견 입양을 준비하는 곳이다. 버려진 개를 구조해 병원 검사를 마친 뒤 15일간 보호한다. 현재 14마리 중 8마리는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 1년생 반려견을 데리고 리본센터를 찾은 강주연 씨(43·경기 평택시) 부부는 “난임 때문에 자녀 없이 강아지만 기르고 있다. 새해에는 이 아이(강아지)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보름 동안 입양되지 않은 개는 경기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동구협)로 보낸다. 최재민 강동구 동물복지팀장은 “동구협으로 가면 절반가량은 안락사된다. 그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살려보자는 것이 리본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이 두 번 버려지지 않도록 입양 절차도 강화했다. 최 팀장은 “이곳의 개들은 분리불안 등이 있거나 주인과 맞지 않아 버려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충동적인 입양을 막기 위해 입양 의사를 밝힌 사람은 한 달의 숙려기간이 지난 뒤 5주간 교육을 거쳐야 한다. 견주 한 명이 아니라 같이 사는 모든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3층 강의실에서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 ‘서당개’를 운영하고, 6개월짜리 반려동물 행동전문가 양성 교육을 한다. ‘리본(re-born)’이라는 센터 이름도 입양과 교육을 통해 유기동물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약 2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리본센터의 첫 입양식은 13일 열린다. 최 팀장은 “황금개 해인 올해에는 더 이상 버려져 죽어 가는 개들이 없도록 반려견 입양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말했다. 연중무휴이며 매주 월요일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 070-4163-7350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