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 강국을 가다]<2>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천국 미국
대한스키협회의 스노보드 체육 영재단으로 선발돼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국에 나와 봤다는 이민주가 지난해 12월 미국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레볼루션 투어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민주는 “이렇게 한국에서 못 했던 경험을 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대한스키협회 제공
최근 세계 스노보드의 흐름은 ‘천재 스노보더’라고 불리는 클로이 김(18·미국)을 비롯해 한국 선수들과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일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선수들도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인 훈련 환경을 제공하면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세계 톱 랭커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한스키협회는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을 기초부터 제대로 가르쳐 올림픽 포디엄에 올리겠다는 목표로 2015년 스노보드 체육 영재단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조현민(16·부인중) 역시 이 프로그램의 첫 수확이다.
미국 코퍼마운틴 스키 리조트 내에 위치한 우드워드 전경. 롤러보드, 스펀지 풀, 트램펄린 등은 선수들이 부상 위험 없이 새 기술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드워드 공식 홈페이지
토리노,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한 데 이어 소치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다시 평창 티켓을 노리고 있는 엘레나 하이트(29)는 “미국 대표팀으로 뽑히는 게 월드컵 포디엄보다 힘들 정도”라고 말한다. 그녀는 미국이 하프파이프 최강국으로 군림하는 이유를 묻자 “일단 하프파이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늘 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변을 넓힌다”고 답했다.
한국 영재팀은 소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히라노 아유무(일본·세계랭킹 1위), 금메달리스트 케이틀링 패링턴(미국·은퇴)의 어린 시절 지도를 맡았던 밴 보이드 코치를 한국으로 초빙해 교육받은 것을 인연으로 그가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해마다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 영재팀의 전담 지도를 맡고 있는 캐머런 헌터 총감독은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창 기량이 발전하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새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시설이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코퍼마운틴에는 롤러보드, 스펀지 풀, 트램펄린 등의 훈련 보조 도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새로운 기술을 눈 위에서 바로 하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서 기술을 몸에 익히기 위한 선행 연습을 한다. 다치지 않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게 큰 자신감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는 어린 선수뿐만 아니라 성인 선수들에게도 필요한 시설이다. 월드컵에 앞서 숀 화이트도 이런 시설을 하루 종일 대여해 몸을 풀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시설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대부분 스키장에서 한참 떨어져 있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헌터 총감독은 “정말 기본적인 트릭부터 시작하면서 재미를 준다. 그리고 작은 대회들을 자주 경험해 보는 게 흥미를 높인다”고 했다.
영재단 선수들은 월드컵이 끝난 직후 같은 파이프에서 열린 레볼루션 투어에 참가해 이준식(16)이 5위에 입상하는 성과를 냈다. 이준식은 결선 파이널 2차 시기에서 프런트사이드900, 백사이드900, 프런트사이드1080, 캡720, 클리플러720 등 자기 나이치고는 소화하기 까다로운 기술을 모두 성공시켰다. 평창 올림픽 빅에어에 나서는 이민식(18)의 친동생인 이준식은 “여기 와서 기술이 엄청 늘었고 외국인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좋았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메달이 목표다”고 말했다. 한국 스노보드 영재들의 당찬 꿈이 보드 천국인 만리타향에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