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면 올해의 목표나 소망을 품는다. 물론 ‘누구나’는 아니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겹거나 절망만 가득한 이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1월 1일. 저무는 해보다 솟아오르는 태양을 떠올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때론 새로운 시작이 또 다른 상실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2008년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연출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동명 소설에서 그런 쓰라림이 찾아온 시간을 묘사했다. 해마다 현관에 새해맞이 꽃꽂이를 해놓던 어머니. 화사해서 보기 좋아도, 다들 무덤덤하게 그러려니 하며 지나쳐 왔다. 어느 연말, 갑작스레 어머니가 쓰러졌다. 가족은 그 꽃을 보는 마음이 휑해질 수밖에 없다.
“정초가 시작돼 현관 앞을 꾸몄던 꽃들이 시들어도, 이때만큼은 좀처럼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이 결국 어머니의 마지막 꽃꽂이가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어렴풋이 느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수고를 고맙게 생각하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