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2월 매출 5%안팎 늘어 한파와 새 유행이 수요 창출… 모피-해외명품 등 사치품도 날개 업계, 새해 소비회복 신호탄 기대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년 세일 초반 사흘 동안 백화점과 각 브랜드가 준비한 행사가 많은 편이라 첫날 고객이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꿈쩍 않던 소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극심한 소비침체에 시달리던 유통업계는 지난해 11월부터 반전된 회복세에 연일 함박웃음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주요 백화점 기존 점포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줄어든 상태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주요 백화점 매출을 합산한 결과 10월 매출은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짠테크’가 유행하며 의류 매출은 꾸준한 감소세였다.
침체됐던 백화점 매출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경기탄력성이 큰 고가 사치품이 백화점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소비자는 필수품보다 옷, 보석, 명품 등 사치품을 줄인다.
유통 현장에서는 기저효과와 더불어 한파와 새 유행이 수요를 창출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0, 20대를 중심으로 무릎 밑으로 내려가는 ‘롱패딩’ 열풍이 불었고, 아웃도어 기업을 중심으로 일제히 롱패딩을 내놓았다. 2012년 10대 중심으로 불었던 ‘노페(노스페이스) 열풍’에 버금가는 히트 상품이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맛집이나 한정판 아이돌 굿즈 아니면 줄 서는 사례가 없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패딩을 사주려고 줄을 서고 예약을 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작년 촛불시위 당시 소비가 심하게 침체돼 기저효과가 있다. 억눌린 소비 욕망이 롱패딩을 계기로 지난 연말에 분출한 듯하다. 한파가 죄책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소비 상승세가 신년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일각에선 새해 소비 회복을 긍정적으로 본다. 단순히 롱패딩을 많이 팔았다고 백화점 매출 전체가 오른다고 보는 건 무리이며, 적지 않은 품목의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치품인 모피, 해외 명품 매출이 덩달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12월 전년 대비 모피 매출은 14%, 명품 시계 및 보석류는 10.8% 늘었다.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같은 비(非)필수 가전이 잘 팔려 가전제품 매출도 17%가량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모피(41.5%), 해외 명품(18.6%), 시계 및 보석류(40.9%) 매출이 전년보다 급증했다. 세계적으로도 소비는 회복세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2016년 최악의 해를 보낸 럭셔리 산업도 지난해 5.0% 성장률을 보이며 회복세를 보여 “소비가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