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2018 문화계 샛별]5인조 그룹 ‘DAY6’
서울 강남구 연습실에서 만난 아이돌 밴드 ‘데이식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진(박성진·25·기타) 제이(Jae·박제형·26·기타) 도운(윤도운·23·드럼) 영케이(강영현·25·베이스기타) 원필(김원필·24·건반).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무더위가 가시기 전인 2015년 8월의 어느 날,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 5명의 젊은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행인들에게 사탕을 건네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신출내기 대학생 밴드쯤으로 보이는 이들이 실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이라는 걸 눈치채는 이는 없었다.
태생은 대형 기획사 출신 ‘금수저’. 하지만 성장 과정은 ‘흙수저’를 자처했다. 록 밴드 형태의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DAY6) 말이다.
○ ‘죽이는 자작곡 없이는 데뷔도 없다!’
2016년 미니 2집(아래쪽 사진)은 그해 빌보드 평론가 선정 케이팝 앨범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정규 1집(위쪽 사진)을 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자작곡으로 OK 사인을 받기 전에는 데뷔시켜 주지 않겠다!’
회사 측은 멤버들을 늑대새끼들처럼 다루기로 했다. 생존 투쟁으로 내몰았다. “연습생 신분임에도 팀 전용 연습실을 획득했다”(성진)는 기쁨도 잠시였다. 손가락에 이중으로 물집이 잡힐 때까지 악기 연습을 하며 작사 작곡 공부도 병행해야 했으니까. 멤버들은 매일 머리를 맞댔다. ‘이러다 데뷔도 못해보고 청춘 다 가는 건가.’ 100여 곡을 써 회사에 제출해봤지만 연방 퇴짜였다.
○ 공식 팬클럽 창단, 전국 순회공연…2018년은 비상의 해
“요즘은 악기 톤(음색)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귀도 더 트였죠.”(제이·기타)
데이식스는 지난해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다. 정규앨범 2장 포함 총 10장의 음반 발표, 단독공연 11회…. 2년 반 전, 거리에서 사탕 돌리며 시작한 이들이 연말엔 2000석짜리 공연을 4회 매진시켰다. 5년간 바닥부터 뛴 데 대한 보상일까. 최근 공식 팬클럽(마이데이)도 창단됐다. 평단에서도 이들이 만드는 매끈한 록 음악의 힘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밴드 형태인 이들은 다른 아이돌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롭다. ‘Free하게’는 서울 마포구 와우공원 등나무 아래 모여 통기타 치며 만든 노래다. 영케이는 “초등학교 졸업 후 부모와 떨어져 살며 연애 등 다양한 경험을 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부산예대 재학 중에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도운(드럼)은 “원래 꿈은 부산에서 드럼 강사로 돈을 버는 거였다”며 웃었다.
데이식스는 20일부터 부산 대구 대전을 도는 첫 전국 순회공연을 연다. 2018년. 유기농처럼 느리게 성장한 이 아이돌 밴드가 보여줄 과실은 어떤 색일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