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갈등 조짐]美, 北 대화공세에 일제히 회의론

대북 강경 기조를 유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태도를 보여온 국무부조차도 이례적으로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미 의회의 대북 강경파들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평창에 가면 미국은 가지 말아야 한다”는 ‘평창 보이콧’ 카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이런 식으로 한국이 중국과 북한의 요구 쪽으로만 기울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 미국 주요 언론들은 “북한의 추가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징후가 포착됐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마치 한국 정부를 향해 ‘대북 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에, 무슨 남북 대화냐’는 강력한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다.
○ ‘비둘기파’ 국무부도 남북대화에 싸늘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남북 대화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의 없다(highly doubt)”고 잘라 말했다. 북한과 김정은의 ‘진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두 번이나 “매우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국제사회도) 모두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하지 않는 어떤 대화도 의미 없는 만큼 북한의 남북 대화 제의는 일종의 기만술에 불과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이 한미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시도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의 불만은 훨씬 더 노골적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모든 (대북) 옵션을 계속 테이블 위에 둘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저녁 트위터에 미국의 핵단추가 “더 크고 강력하다”고 대북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같은 날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신년사는 한국과 미국을 멀어지게 만들려는 목적이 있다”며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의회 강경파는 물론 오바마 인사들도 절레절레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이 미국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보이콧을 거론한 데 이어 김창준 전 미 연방 하원의원은 2일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미 의회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 간 이른바 ‘3불(不) 합의’(사드 추가 배치,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등을 하지 않는다)에 대해 “‘방어용 무기인 사드를 더 안 놓겠다는 것은 우리(미국)보고 나가라는 말이냐. 그러면 (한국은) 중국하고 손잡아라’라고 한 하원의원이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했던)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에나 나왔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