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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기부는 습관이다

입력 | 2018-01-04 03:00:00


시작은 소박했다. 자동차에 탄 채 커피를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커피와 함께 얼굴도 모르는 뒷사람의 커피 값을 지불했다. 그러자 공짜 커피의 행운을 얻은 사람이 다른 손님의 커피 값을 대신 내줬다. 이틀에 걸쳐 ‘무료 커피 릴레이(pay it forward)’에 378명이 동참했다. 2014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다. 커피 한 잔을 매개로 인간의 선한 마음이 나눔의 연쇄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을 드라마처럼 보여줘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구촌 곳곳에 생겨난 ‘카르마 식당(Karma kitchen)’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상 속 기부를 일깨운다. 이곳에서는 돈 없이도 마음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다. 앞서 왔던 손님들이 낯모르는 누군가의 한 끼를 위해 미리 밥값을 내준 덕분이다. 자발적 관용의 선순환을 꿈꾸는 방식이다. 카르마란 불교 용어로 업(業)을 가리킨다. 즉, 지은 대로 받는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을 도울수록 나의 행복지수가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다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데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는 듯하다. 실제 날씨가 아니라 우리들 마음의 온도에 관한 얘기다. 국내 개인 기부자 수가 2012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개인 기부자는 71만5260명에 그쳤다. 1년 전보다 8.8%나 줄어든 것. 2012∼2016년 기부자 감소율도 19.3%에 이른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지고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게 이유로 꼽혔다.

▷기부란 남을 위하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마음은 연습과 습관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자녀의 생일 축하를 기부로 대신하는 ‘생일 기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생일을 나눔의 행복을 배우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전체 기부금 중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비중이 70% 이상 차지하는데 한국은 그 절반에 불과하다.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 우리 모두의 책임 그리고 특권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