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심이가 들어간 미역국.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처음에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소고기미역국을 만들어 팔았다. 얼마 안 되어 질린다는 고객의 반응이 ‘조리팀 여사님’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그때부터 미역국 연구 순례가 시작됐다. 들깨미역국, 조개미역국, 감자미역국, 황태미역국…. 그러던 어느 날 ‘맨미역국’이 등장했다. 참기름으로 미역을 볶다 끓이는 방식이 아니고 물에 미역을 넣어 끓이다가 국간장으로만 간을 한 ‘심플’ 그 자체의 미역국이었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맨미역국을 어떻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 메뉴판의 소고기미역국 옆에 맨미역국을 써 놓고 500원 싸게 팔아보자고 용기를 냈다. 누가 사먹을까 걱정하면서. 결과는 의외였다. 흠뻑 땀 흘린 뒤 식혜 한 사발 찾듯 맨미역국이 개운하다 하여 마시듯 먹는 사람들이 늘었다.
국은 아니지만 제주도 해녀가 많은 성산포 지역 온평리의 미역무침 또한 잊을 수가 없다. 해삼토렴이라는 음식은 싱싱한 미역에 성게, 해삼(또는 소라)이 들어가고 직접 짠 참기름으로 무친 걸로 옛날부터 먹어온 마을 음식이다. 보드랍고 바다향 나는 미역맛 자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마을 생활개선회 소속 부녀회원들이 돌아가며 일하기에 음식 맛은 그날그날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미역의 참맛만은 늘 한결 같다. 요즘 도시에서는 ‘○○미역’이라는 체인점 미역전문점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먹던 국이 외식상품이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자미미역국, 소갈비미역국, 전복미역국처럼 화려한 재료가 들어가고 그만한 비싼 값도 치러야 하는 고급 미역국이 많다. 결국 미역이 ‘조연’으로 전락한 미역국 전문점이다. 맨미역국이나 엄마표 집미역국을 식당에서 찾기엔 내 꿈이 야무질지도 모르겠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diaryr.com) 대표
○ 경주장모님미역국 미역국정식 7000원부터. 서울 성북구 혜화로 82-1. 02-766-7342
○ 장안횟집 우럭미역국 1만 원. 강원 강릉시 사천면 진리항구길 51. 033-644-1136
○ 향토맛집(온평생활개선회) 해삼토렴 2만 원부터.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환해장성로 389. 064-782-8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