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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무대 오르는 고진영의 각오 “미국진출 꿈 넘어 4년연속 한국선수 신인왕 명맥 잇겠다”

입력 | 2018-01-05 05:45:00

LPGA 입성을 앞둔 고진영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18살 무렵 품었던 꿈을 5년 만에 이뤄낸 고진영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미국 진출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던 만큼 굳은 각오를 품고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수줍게 하트를 그린 고진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LPGA 데뷔? 미국 가봐야 실감날 듯
많은 숏게임 연습 통해 퍼트 집중훈련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꾸준한 체력관리
시차·의사소통 숙제…잘 이겨내야죠


“내가 태어난 날이 7월 7일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중략)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남이 잘하는 부분을 꼭 내 것으로 만들고자하는 욕심도 있다. 나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그리고 LPGA 명예의 전당이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입회를 앞두고 적어낸 자기소개서에서.

꿈 많던 18살 소녀가 이젠 어엿한 성인으로 자라 세계 최고 무대로의 진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 잔류와 미국 진출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도전’을 택했다. 주인공은 고진영(23·하이트진로)이다. KLPGA에서 수차례 정상을 맛본 ‘타고난 승부사’가 2018년 새해를 맞아 쟁쟁한 선수들이 버티는 세계무대(LPGA)로 힘찬 발걸음을 뗀다.

고진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미국행 이끈 동료들 한 마디 “아직도 고민해?”

-시즌 종료 이후 오랜만이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틈틈이 운동도 하고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1월 1일에는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함께 해돋이를 맞이했다. 딱히 소원을 빌었다기보다는 그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새해가 밝았다는 생각만 했다.”

-의류 후원 협약식을 맺었다. 출정식 느낌이 짙었는데 이제 LPGA 데뷔 실감이 나는가.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웃음). 미국에 가봐야 실감이 날 듯하다.”

-미국 진출을 결심한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해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을 통해 LPGA 직행권을 얻으면서 갑작스레 생각이 많아졌다. 투어는 물론 삶 자체가 한국과 정반대로 바뀌는 것 아닌가. 게다가 가족들과 떨어져 사실상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찰나에 동료들의 한 마디가 나를 일깨웠다. 펑 샨샨(중국)과 유소연 선배 등이 ‘아직도 고민하냐’고 내게 오히려 되물었다. 고민을 빨리 끝내고 LPGA로 건너오라는 뜻이었다. 결국 2017시즌 최종전이었던 CME그룹 글로벌 투어 챔피언십을 통해 마음을 굳혔다. 투어 환경과 내 실력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데뷔 시즌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스윙도 손봐야하지만 일단 숏게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우승권에선 퍼트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체력 관리다. 선배들에게 물어보니 미국 본토를 오가는 일만 해도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고 한다. 요새 웨이트 트레이닝을 죽어라 하고 있다. 정말 죽겠다(웃음).”

-캐디와 매니저만 투어에 동행한다고 들었다.

“12일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여기서는 어머니께서 뒷바라지를 해주신다. 그러나 투어에 들어가면 나와 캐디, 매니저만 동행한다. 2월 ISPS 한다 호주 오픈이 데뷔전이다. 부모님께선 메이저대회 혹은 한국과 그나마 가까운 미국 서부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만 오실 계획이다.”

-부모님께서 걱정을 하시는 한편 섭섭해 하실 수도 있겠다.

“그 두 가지 느낌을 다 받고 계시는 듯하다. 사실 내가 외동딸이다. 그래서 더욱 결정이 어려웠다. 아버지께선 ‘딸 시집보내는 느낌’이라고 내심 섭섭해 하셨다.”

고진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김효주와 만났던 첫 대회 ‘92 VS 78’

-처음 골프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골프를 즐기시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집 근처에 연습장이 있었는데 가끔 연습을 따라다니며 처음 채를 잡았다.”

-사실 어린 나이에 골프라는 종목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 같은 반에 골프를 먼저 시작한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나와 그 친구, 코치님 이렇게 셋이 골프 치고, 떡볶이 먹고, 놀면서 재미를 붙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친구를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골프에 매진했다. 아마 그때부터 승부욕이 생겼던 모양이다(웃음).”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초등학교 5학년 때 첫 대회를 나갔다. 제주도에서 열린 유소년대회였는데 그때 김효주라는 친구와 처음 만났다.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했는데 (김)효주가 정말 잘 쳤다. 내가 그때 92타, 효주가 78타를 기록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는 예선 탈락, 효주는 통과였다. 사실 나로서는 첫 대회라 92타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어찌 됐든 효주는 참 대단했던 기억이 있다.”

-골프선수로 성장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오히려 부모님께서 어려움이 많으셨다. 맞벌이를 하셨는데 나까지 돌봐야 해서 많이 힘들어하셨다. 아버지께서는 큰 수술까지 받으신 터라….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고민이 많았다. 과연 골프를 더 해야 하는지를 놓고.”

-필드에선 승부사 기질이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대의 면도 보인다.

“코스 안에서 특히 승부처에서는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원래는 눈물이 많고 여린 편이다. 가끔은 먼발치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보며 울면서 플레이를 한 날도 많다. 조금은 민망하지만 가끔 그렇게 울 때가 있다.”

-그래도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KLPGA 통산 9승에 빛나는 정상급 선수가 됐다.

“아직 정상은 아닌데…(웃음). 여기까지 온 모든 게 부모님 덕분이다.”

고진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나를 LPGA로 이끈 한 단어 ‘꿈’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우연히 KLPGA 입회 당시 적어냈던 자기소개서를 보게 됐다.


“기억난다. 2013년 KLPGA 정회원 교육을 받던 중에 동료 신인선수들과 함께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나를 소개한다는 생각 하나로 정성 들여 적어냈다. 그런데 사실은 뒷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자기소개서 변경이 되는 줄 알고 속마음까지 적었는데 알고 보니 변경이 안 된다고 하더라.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하하.”

-당시 자기소개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나의 최종 목적지는 LPGA 그리고 LPGA 명예의 전당이다’라는 문구다.

“18살이었으니까 큰 쿰을 가졌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LPGA 진출이라는 꿈은 이뤘다. 그래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첫 목표는 신인왕이다. 현재 3년 연속 한국선수들이 신인왕에 올랐는데 내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싶다.”

-LPGA 데뷔 앞둔 지금, 무엇이 가장 걱정스럽나.

“첫째 걱정거리는 시차다. 미국은 주마다 시차가 바뀌는 곳이라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일단은 미국에 집을 구하지 않고 투어를 다닐 생각이다. 선배들이 ‘베이스캠프를 들릴 시간조차 없다’고 귀띔해주더라.”

-영어는 조금 익숙해졌나.

“까마득하다(웃음). 공부는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캐디(딘 허든)가 호주사람이라 코스 안에서는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 아직 밖에서는 어렵다. 외어야할 단어가 너무나도 많다.”

-LPGA 신인으로서의 출사표를 듣고 싶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두렵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래도 굳게 각오를 하고 LPGA에 뛰어들었다. 많은 팬들께서 응원도 해주시고 걱정도 해주시는데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 고진영은?

▲생년월일=1995년 7월 7일
▲신체조건=170㎝·60㎏
▲출신교=은광여고~성균관대
▲소속팀=하이트진로
▲소속사=갤럭시아SM
▲프로데뷔=2013년 KLPGA 입회
▲우승경력=2014년 KLPGA 1승(넵스 마스터피스), 2015년 KLPGA 3승(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스·교촌허니 오픈·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2016년 KLPGA 3승(KG 이데일리 오픈·BMW 챔피언십·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017년 KLPGA 2승(제주 삼다수 마스터스·BMW 챔피언십), LPGA 1승(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수상경력=2016년 KLPGA 대상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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