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다주택자 규제에 ‘똘똘한 한채’ 찾고 겨울방학 학군 수요까지 겹쳐 수도권 0.02%↑ 지방은 0.05% 내려
이창균 대치동 칠성공인중개소 대표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여전히 많은 반면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 역대 최대 폭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까지 시장 활황세를 이끌어온 재건축 단지들뿐 아니라 일반 아파트로도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보유세 인상 등 당국의 추가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고공행진
지역별로는 강남구 매매가가 1주일 새 0.98% 오르며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송파구가 0.85%로 두 번째였고 서초(0.39%) 강동구(0.28%) 상승률도 서울 평균(0.26%)을 웃돌았다.
반면 전국 다른 지역들은 전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 상승률은 0.09%로 전주(0.07%)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강북권의 경우 같은 기간 상승 폭이 오히려 0.03%포인트 줄었다. 지방은 전주에 이어 0.05%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둘째 주(―0.02%) 이후 12주째 내림세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겨울방학을 맞아 강남구 등 학군이 좋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지난주 시장 동향을 설명했다. 이어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재건축 호재가 겹친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 8·2대책 약발 끝났나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자 강북이나 외곽의 집을 팔고 강남권에 ‘똘똘한 한 채’를 사들이려는 수요자들이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경기, 세종 등 집값이 보합세에 그친 데 비해 강남권만 크게 오르는 등 지역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 시장의 이 같은 활황세가 봄 이사철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유세 인상이 상반기(1∼6월)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강남권 고령층 집주인들의 경우 8·2대책 때 나온 양도세 강화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오르면 부담을 느끼고 매도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