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정유라 체포 1년’ 독일현장 가보니 와이파이 주소에만 ‘최순실 흔적’ 최순실 은닉재산 하나둘씩 사라져
지난해 1월 2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됐다. 삼성의 후원을 받아 딸을 승마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고 독일에서 사업을 키워 돈도 벌겠다는 최 씨의 꿈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정유라 씨 체포 1년이 되는 2일(현지 시간) 독일 슈미텐의 비덱 타우누스 호텔을 찾았다. 이곳은 정 씨의 승마 훈련 용도로 구입한 뒤 더블루케이와 비덱스포츠 사무실이 있던 곳이다. 외경은 그대로였지만 간판이 ‘비덱 타우누스’에서 ‘루이스’로 바뀌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무실로 쓰였던 공간은 스파와 마사지를 위한 럭셔리 미용 시설로 바뀌고 있었다. ‘widechotel’이라는 기존 와이파이 주소명이 비덱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최순실 씨 모녀가 사서 운영했던 독일 슈미텐 비덱 타우누스 호텔(아래쪽 사진)은 현재 주인이 바뀌어 루이스 호텔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슈미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수소문 끝에 타우누스 호텔의 새 주인을 만났다. 통신 카드회사 AMG텔레콤 회사 대표인 인도계 비카스 아로라 씨는 지난해 초 처음 타우누스 호텔 매입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아로라 대표는 “우리가 운영하는 식당의 단골손님인 슈미텐 시장이 ‘타우누스 호텔 매매에 관심이 있느냐’고 연락이 왔고 비덱스포츠의 크리스티안 캄플라데 대표와 곧 연결이 돼 샀다”며 지난해 3월 27일 체결한 매매 계약서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그는 “‘이 호텔의 전 한국인 주인이 개를 잡아먹었다’ ‘세탁한 돈이다’ 등의 수많은 소문이 있었지만 공증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사서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우누스 호텔은 서류상 이미 2016년 10월 최 씨의 손을 떠났다.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에 최 씨 모녀가 비덱스포츠 주식 100%를 정 씨의 승마 코치였던 캄플라데 대표에게 판 것이다. 현재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캄플라데 대표는 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에게 쓰레기 주식을 판 최 씨를 죽이고 싶다. 나는 엄청나게 큰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여전히 분노했다.
최 씨가 독일에 세운 회사와 그의 재산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었다. 삼성 돈 37억여 원이 입금됐던 비덱스포츠는 지난해 3월부터 청산 작업이 시작돼 내년 3월이면 사라질 운명이다. 또 다른 법인 더블루케이는 이달 내 완전히 문을 닫는다. 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만난 청산인인 박승관 변호사는 “2016년 11월 시작된 청산 작업이 다 끝났고 등기부등본 폐쇄 작업만 남았다”며 “1∼2주 안에 회사 계좌가 닫히고 남은 돈은 최 씨에게 입금될 예정이며 금액은 수천만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타우누스 호텔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있던 정 씨 개인 소유의 집도 팔렸다. 지난해 여름 정 씨의 부탁을 받은 캄플라데 대표가 위임장을 들고 팔았는데 급하게 처분하면서 1억 원 이상 손해를 보고 판 것으로 알려졌다.
슈미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