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막는 불법주차에 無관용을]불법주차에 무용지물 소화전
소방시설 앞 가로막은 한국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2개의 스프링클러 송수구를 불법 주차한 차량이 가로막고 있다. 이 송수구는 불이 났을 때 소방차 소방호스와 연결돼 건물 안 스프링클러에 물을 공급하도록 한다. 불법주차 처벌은 과태료 4만 원이 전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마침 송수구 앞에는 차량 두 대가 서 있었다. 사람 한 명이 접근할 틈도 없었다. 주차장 입구가 막다른 골목에 있어 소방차가 진입할 경우 차를 옮길 공간도 없었다. 건물 관리인 권모 씨(79)는 “주차장 승강기를 개조하느라 임시로 차량을 여기에 세웠다. 소방호스만 연결하면 되는데 좁은 게 뭐 그리 문제냐”고 반문했다.
○ 부실 관리에 사라진 소화전
화재 발생 초기에 소방설비 사용이 불가능하면 자칫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보통 불이 났을 때 현장에 출동한 소방펌프차에서 나오는 강한 압력의 물로 진화한다. 그러나 소방펌프차나 건물 물탱크에 물이 바닥나면 소화전과 각종 송수구를 동원해 불을 꺼야 한다. 서울 지역의 한 소방관은 “대형 화재 때는 소화전을 무조건 쓴다고 봐야 한다. 소규모 화재 때도 인근 소화전을 확보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소화전은 옥내, 옥외 소화전으로 구분된다. 옥외 소화전은 다시 지상식, 지하식으로 나뉜다. 옥내 소화전은 건물 내부의 복도나 실내 벽면에 설치돼 있다. 화재 초기 소화기로 진압이 어려울 때 강력한 수압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다. 연면적 3000m² 이상 건물에 설치해야 한다.
통행에 불편을 주고 혹한에 얼어붙을 우려가 큰 지상식 소화전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지하식이다. 맨홀 뚜껑 아래 지하에 소화전을 매립한 방식이다. 뚜껑을 열고 막대 형태의 렌치를 꽂아 돌리면 소화전이 지상으로 올라온다.
○ 내 집 앞 소화전부터 확인해야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송수구도 마찬가지다. 서울 중구 장충동1가 한 건물 송수구 앞에 트럭을 세워놓은 택배기사 최모 씨(42)는 “송수구 앞 주차금지 규정을 아는 사람이 100명 중에 한 명이나 되겠느냐”며 “잘 보이는 곳에 ‘전방 5m 앞 주차금지’라는 문구라도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들도 내 집과 사무실 주변에 소화전과 송수구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소 자신의 집 앞 지하식 소화전 위에 승용차를 세운 최모 씨(57·여)는 “자칫하면 내가 세워놓은 차량 탓에 큰일이 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을 갖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서형석·김자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