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아일보 1면에는 노란선 테두리에 ‘소화전 주차금지’라고 적힌 주택가 맨홀 뚜껑 위에 버젓이 주차된 승용차 사진이 실렸다. 땅에 파묻은 지하식 소화전 위에 불법 주차한 것이다. 맨홀 뚜껑을 열면 소방펌프차 물이 바닥났을 때 급히 호스를 연결해 물을 공급받으려고 주로 도로변에 설치하는 빨간색 소화전이 올라온다. 차량 주인은 그냥 하수도 맨홀인 줄 알았다고 했지만 만일 큰불이라도 나서 소방호스를 연결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도로교통법상 소화전, 송수구 등 소방시설 5m 이내 모든 차량의 주차를 금지해도 소화전 앞에 차를 세운 이들은 “불이 나면 금방 빼면 되는데 뭐가 문제냐”고 했다. 지하식 소화전 위에 ‘소화전’ ‘주차금지’ 같은 표시가 있어도 그런 시설이 있는지 몰랐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대형 화재 참사가 있을 때마다 불법 주차에 따른 소방차 출동 지연이 부각됐지만 그때뿐이다.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고 소화전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불법 주차는 내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잠재적 범죄행위다. 선진국에서 소방시설 앞 주차에 무(無)관용으로 대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불법 주차를 사소한 실수 정도로 가볍게 여겼지만 이제는 비뚤어진 주차문화를 바꿔야 한다. 내가 잘못 세워둔 내 차가 자칫 누군가의 생사를 가를 수 있다는 생각이 재난을 막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