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은 사회적기업 ‘우리동네 커피집’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루쉰, ‘고향’》
나는 참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중심이 되고자 했고, 나를 희생하는 순간에도 내가 옳은 일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곤 했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전자메일의 아이디 ‘wannabehope’(want to be hope)를 보더라도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희망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1학년 무렵 찾아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나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살다 보면 나에게 결국 천국이 부상으로 주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설립해 정신장애인과 함께 이런저런 일도 벌여 보고, 저 멀리 캄보디아에까지 가서 진료를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나의 희망을 모두의 희망으로 강요하는 건 아닐까? 결국엔 이 모든 게 스스로가 우상이 되고자 함이 아닐까?
함께하는 희망. 우리 모두는 각자의 희망을 품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희망을 함부로 얘기해서는 안 된다. 함께한다는 것은 성급히 비판하거나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다름을 존중하고 필요하다면 기다리는 일이다. 스스로가 함께 길을 걷고자 할 때까지 말없이 옆을 지키는 일이다. 희망을 바란다. 그 길을 만들고자 한다. 강요된 길이 아닌, 우상으로 향하는 길이 아닌, 모두가 자신의 걸음으로 함께 걸어 나가는 길이어야 한다.
안병은 사회적기업 ‘우리동네 커피집’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