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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3차 협상 앞두고 전격 사인…원하던 전북으로

입력 | 2018-01-08 05:45:00

전북 손준호. 사진제공|전북현대


■ 포항 손준호, 말 많았던 전북행

전북과 이적합의서 썼지만 계약기간 이견
대리인은 수원행 고집…불법접촉 잡음도
시간낭비 우려한 손준호 5일 계약 마침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가 지난시즌 도움 왕(14개) 출신의 포항 스틸러스 특급 미드필더 손준호(26)의 영입을 7일 공식 발표했다. 스포츠동아가 지난해 12월 26일자 1면에 단독 보도한지 12일 만에 나온 소식이다. 계약기간 4년, 이적료는 약 11억원이다.

입단은 쉽지 않았다. 중간에 하이재킹 논란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북은 5번째 K리그 우승을 확정한 이후 손준호 영입에 관심을 갖고, 대리인 A를 내세워 포항과 교감을 나눴다. 변수는 해외진출. 포항은 손준호 개인 대리인 B에게 12월 22일까지 해외진출과 관련한 답을 줄 것을 요구했다. B는 12월 24일을 희망했으나 포항은 공휴일 업무 공백을 피하고자 시한을 앞당겼다.

12월 22일 오전까지 답이 없자 포항은 전북과 이적 합의서를 작성하려 했다. 이 때 B는 해외가 아닌, 수원 삼성의 제안을 가져왔다. 난감해진 포항은 선수가 원하는 팀과 합의서를 쓰겠다고 양 구단에 통보했다. 데드라인은 이날 오후 4시. 손준호의 결정에 전북과 포항이 합의서를 썼다.

손준호는 전북 최강희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전북 선·후배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포항도 “선수가 원해 (전북과) 합의서를 썼다”고 인정했다. 결국 손준호가 입단 영상을 통해 밝힌 “내가 원한 것은 전북 이적이었다”는 내용은 거짓이 아니다.

이후 협상은 1차례였다. 당시 B는 전북에 계약기간 1+1년을 제시했다. 십수억원의 이적료를 줘야하는 구단으로선 수용하기 어려웠다. 이 때 또 수원이 등장했다. 12월 28일 오전부터 묘한 소문이 나돌았다. “선수는 수원을 가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전북은 입단을 원치 않는 선수를 억지로 데려가려는 팀이 됐다. 일단 K리그 규정상 이적 합의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협상은 해당 팀과만 해야 한다.

이 때 “(전북-포항 사이의)합의서 존재를 몰랐다”는 수원 박창수 단장의 언론인터뷰가 등장했다. 그러나 포항이 앞서 ‘선수가 원한’팀과 합의서를 쓰겠다고 공지한 터라 박 단장의 코멘트는 거짓이거나 구단 수뇌부-실무진의 소통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준 꼴이 됐다. 불법접촉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여기에 따라붙는 ‘포항이 이적료를 높이려 무리수를 뒀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포항은 선수에게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주며 배려했다.

여러모로 봐도 손준호의 전북행은 순리였는데 여기서 생긴 궁금증은 B가 뻔한 결과를 예상하고도 수원을 고집한 배경이다. 많은 축구인들은 “돈이 야기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손준호가 전북으로 가면 에이전트 수수료 대부분을 A에게 양보해야 한다. 이적과정에 일을 한 사람이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A도 더 많은 몫을 얻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을 고려해 수수료를 똑같이 나누기로 B와 합의했다.

그럼에도 수원이 등장하며 상황이 시끄러워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손준호 영입을 놓고 두 구단간의 신경전이 벌어지자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거쳐 “손준호는 전북과만 협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었다. 뒤숭숭한 기류 속에 전주월드컵경기장 내의 전북 사무국에서 에어전트 A, B와 손준호가 4일 오후 3시 30분 만났다. 2차 미팅의 주도권은 전북 구단이 쥐었다. 계약기간으로 1+1년은 거론되지 않고, 3년으로 가닥이 잡혔다. 희망 연봉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결론이 나오지 않아 3차 협상을 8일 가지려 했으나 더 이상의 시간낭비를 우려한 선수가 직접 5일 오후 계약서에 사인했다. 이 때 계약기간은 1년 더 늘었다. 서명 이후 메디컬테스트를 받은 손준호는 7일 밤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 합류, 일본 오키나와로 동계전지훈련을 떠날 새 동료들과 만났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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