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북서쪽 시산공원 아래 위치 도시규모… 100만명 마실 식수원 보유 핵공격 받으면 시진핑 등 지도부 이동 ICBM-탱크 지나갈 정도로 넓고 지하수 방사능 정화 시설 등 갖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중앙군사위원회 통합전투사령부 소속 핵벙커를 방문해 군지휘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2011년 베이징을 포함한 허베이 지역에만 총길이 5000km에 이르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이동용 ‘지하 만리장성’이 수백 m 지하에 건설됐다고 보도했다. 사진 출처 SCMP
시산국립공원 아래에 깊이가 2km가 넘는 석회암 카르스트 동굴이 존재하는데 중국이 냉전시대 이 동굴을 개조해 핵벙커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깊은 동굴인 조지아(옛 그루지야)의 크루베라 동굴(깊이 2197m)과 맞먹는 깊이다.
2012년 언론에 공개된 중국 충칭의 지하 핵벙커, 냉전 시기 6만명의 인민해방군이 동원돼 원자폭탄을 물론이고 규모 8.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건설됐다. 사진 출처 차이나데일리
중국은 이 핵벙커를 최근까지 계속 업그레이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 핵벙커가 100만 명 이상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지하 대수층(帶水層) 인근에 있어 핵전쟁 시 식수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에 대비해 정교한 필터로 지하수를 정화하는 장치 등이 벙커에 설치돼 있다. 핵 과학자인 중국 난화대 류융 교수는 “중국은 정확히 이 목적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 왔다”고 말했다. 벙커 내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탱크, 비행기 등이 지나갈 정도로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관영 CCTV가 지난해 5월 공개한 베이징 인근 타이항 산맥 지하 수백m 아래 갱도에 위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 내부 모습. 유사시 중국 최고지도부가 들어갈 ‘핵병커’는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시설도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CCTV 화면 캡쳐
최후의 날을 대비해 핵벙커를 운용하는 것은 중국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펜실베이니아주 레이븐 록 산맥 지하에 대규모 벙커를 건설했으며, 콜로라도주 샤이엔 산맥 지하에도 북미항공방어사령부 시설이 있다.
최근 김정은의 핵 버튼 발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 트윗으로 핵전쟁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6일 핵전쟁에 대비한 전문인력 위크숍을 열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CDC가 이런 성격의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