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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권의 나무 인문학]도시엔 맞지 않다

입력 | 2018-01-09 03:00:00

<28>개잎갈나무




개잎갈나무는 ‘신의 나무’다. 성경에서는 성전을 짓는데 쓰였다는 내용도 있다.

소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개잎갈나무는 ‘잎을 갈지 않는 나무’를 뜻한다. 개살구에서 보듯이 식물 이름의 ‘개’는 ‘가짜’를 의미한다. 개잎갈나무는 우리나라 식물의 한글화 작업에 따라 최근 붙여진 이름이다. 개잎갈나무라는 이름 이전에는 영어 이름인 ‘히말라야시더’를 주로 사용했다. 히말라야시더는 히말라야에 살고 있는 ‘시더’라는 뜻이다. 시더는 삼나무와 삼나무와 비슷한 각종 침엽수를 말한다. 그래서 개잎갈나무를 ‘히말라야삼나무’로 부른다. 히말라야는 ‘눈’을 의미하는 ‘히’와 ‘산’을 의미하는 ‘말라야’의 합성어다. 중국, 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눈 소나무’, 즉 ‘설송(雪松)’이라고 부른다.

개잎갈나무의 한자는 백향목(柏香木)이다. 한글 ‘성경’에는 백향목으로 번역했다. 2005년 2월 레바논 라피크 하리리 총리가 암살된 뒤 시민혁명이 성공하자 언론에서 이 혁명을 ‘백향목혁명’이라고 불렀다. 레바논의 개잎갈나무는 ‘레바논시더’라 부른다. 레바논은 국기의 문양에서 보듯이 개잎갈나무를 ‘신목(神木)’으로 여긴다. 개잎갈나무의 학명에 등장하는 ‘데오다라(deodara)’도 신목을 뜻한다. 레바논에는 수령 5000년의 개잎갈나무가 살고 있다. 성경에는 개잎갈나무가 힘 영광 평강을 상징하는 축복받는 나무로 등장한다. 솔로몬왕은 궁전과 모리아(Moriah)산 위에 성전을 세울 때 개잎갈나무를 사용했다.

개잎갈나무는 1970년대까지 가로수, 정원수로 활용돼 국내 도시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도시의 발달, 나무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나무처럼 뿌리를 곧게 아래로 내리지 않고 옆으로 뻗는다. 태풍에 쓰러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2003년 ‘매미’ 태풍이 발생했을 때 큰 수난을 겪었다. 또 가지를 많이 만들고 옆으로 길게 뻗어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가로수, 정원수로 심은 사례가 많다. 본래 나무 특성을 잘 살려 심은 사례는 많지 않다. 가지가 잘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무의 성질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성장을 조장하는 것은 생명체에 대한 ‘테러’라고 할 수 있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