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남북 고위급회담
○ 한 달만 미룰 뿐, 훈련 기간과 규모는 그대로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최근 양국 실무선에서 독수리훈련 기간을 4월 1일∼5월 30일로 조율했다.
당초 군 안팎에선 두 훈련이 패럴림픽 폐막 뒤 최소 한 달이 지난 4월 중순이나 말부터 실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미 정상이 4일 올림픽 후로 훈련 연기를 합의하자 훈련을 계속 연기하다가 8월 실시하는 또 다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합쳐 실시하는 식으로 대폭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 “선수 안전 위한 조치… 협상 카드 아냐”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훈련 시기만 늦췄을 뿐 훈련 기간이나 규모 축소 없이 실시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정부 소식통은 “독수리, 키리졸브 및 UFG를 합쳐서 실시하거나 기간, 규모를 축소하는 건 애초에 고려된 카드가 아니었다”고 했다.
앞서 미 백악관도 4일 훈련 연기를 합의한 한미 정상 통화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이 전 세계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훈련 기간과 올림픽 기간이 충돌하지 않도록(de-conflict)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안전 조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유화책으로의 선회는 더더욱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한 것이다.
○ 北 “훈련 중단 결정하라”며 판 엎을까
9일 열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이 예상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하기로 잠정 합의한 데는 북한이 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을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맞바꿀 대상이 아니며,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는 한 고강도 군사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뒤 회담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회담에서 북측이 훈련 중단 없이는 올림픽 참가도 없다며 판을 엎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북측 대표들이 이를 어떻게든 관철시키려 사활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오히려 미국 측이 연합훈련 연기에 합의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