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크고 높고 깊은 데에 뜻을 둔 사람은 참으로 가깝고 작고 낮고 얕은 일에 종사해야 하고, 가깝고 작고 낮고 얕은 일을 하는 사람은 또 멀고 크고 높고 깊은 경지로 채워가지 않아서는 안 된다.
志遠大高深者 固當從事於近小卑淺 而爲近小卑淺者 又不可不充之於遠大高深也
(지원대고심자 고당종사어근소비천 이위근소비천자 우불가불충지어원대고심야)
―장현광, ‘여헌집(旅軒集)’》
커다란 새 세상을 보고 난 뒤에는 시야도 넓어지고, 또 그간 상상하지도 못했던 커다란 꿈을 새롭게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큰 꿈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고, 가까운 것들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장현광은 형언할 수 없이 큰 바다를 보면서 그 근원을 되짚어 생각했다. 작은 물줄기를 가리지 않고 모으고 모은 결과로 큰 바다를 이룬 것으로 결국 바다의 근원은 작은 시냇물이라고 했다.
해가 또 바뀌었다. 새로운 학교에 진학하거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새내기들은 처음 보는 바다처럼 새롭고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새해의 시작에는 누구나 큰 꿈을 설계하지만, 넓은 바다 같은 세상을 처음 접하는 새내기들은 더욱더 원대한 뜻을 세울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면 저 먼 곳에 도달할 수 없고, 또 아무리 발걸음을 내딛더라고 목표를 정해서 가지 않으면 그저 정처 없이 떠돌다 말 것이다. 작고 가까운 것을 소중히 여기고, 또 한편으론 작고 가까운 것에만 머물지 말고 잘 축적해 크고 먼 곳까지 도달하기를 기원한다.
장현광(張顯光·1554∼1637)의 본관은 인동(仁同)이고, 호는 여헌(旅軒)이다. 덕망이 높아 여러 차례 벼슬에 천거됐으나 번번이 사직하는 등 정치에는 뜻을 두지 않았다. 일생 학문에 전념하여 성리학을 깊이 연구했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