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꿈을 묻다]<10>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고다이라 나오
지난해 12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가 열린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오벌에서 만난 일본 여자 단거리 스타 고다이라 나오(32)는 키(165cm)는 작지만 생각이나 말하는 내용의 울림이 컸다. 일본 기자들로부터 인터뷰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바짝 긴장한 가운데 그를 마주쳤다. 그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소개에 멈칫했지만 첫 질문을 받고는 활짝 웃으며 평창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심경을 전했다.
고다이라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5위, 1000m 13위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뒤 빙상 강국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나 2년 동안 혹독하게 스스로를 다그쳤다. 그 후 ‘빙속 여제’ 이상화(28)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어 다음 달 평창 올림픽 500m에서 역대급 한일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다. 1000m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 경기 40분 전에도 역기 들어
‘성난 고양이’는 고다이라가 지치고 힘들 때 절대적인 힘을 준 ‘인생 별명’이다. 무서울 정도로 훈련에 몰입하며 집중력을 보인다는 의미다.
고다이라는 네덜란드에서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2관왕(1000m, 1500m)이었던 마리아너 티머르의 지도를 받았다. 티머르의 조언으로 양 어깨를 들면서 허리와 몸 중심을 낮춰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변화를 준 스케이팅 자세가 마치 화가 바짝 나 있는 고양이를 닮았다.
‘성난 고양이’라는 별명으로 승부 근성과 오기도 강해졌다고 했다. 고다이라는 “이전에는 경기 중압감에 눌려 나를 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유학 이후 어떠한 트랙에서든 자신감을 얻었다. ‘헝그리 정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고, 티머르 코치로부터 승자의 경험도 배웠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고 했다.
전날 충격으로 머리 통증까지 있었지만 경기 40분 전까지 역기를 들며 이미 트랙 밖에서 ‘성난 고양이’가 돼 경기에 나섰다. 언뜻 봐도 역기의 무게가 꽤 됐다.
“레이스 때 힘이 소진돼도 막판에 몸 떨림이 없어야 해요.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어요. 목표가 시야에 들어왔는데 조금 아프다고 긴장감을 놓을 수는 없죠.”
○ 늘 기록을 중얼중얼
지난해 12월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가 열린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오벌에서 만난 고다이라 나오는 자신감이 넘쳤다. 캘거리=유재영 기자
1000m에서도 3차 대회에서 넘어진 걸 빼고는 3차례 월드컵을 싹쓸이했다. 4차 월드컵에서는 1분12초09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상적’이라면 지금 기록을 얼마나 더 깨고 싶은 걸까. 손가락으로 답해 달라고 하니 고다이라는 웃으면서 검지를 들었다. “1%?”라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였다. 고다이라는 평창에서 이상화의 500m 세계 기록 36초36을 깨고 싶다고 수차례 욕심을 드러냈다. 내심 36초50에서 0.365초를 단축해 36초1대 기록을 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다이라는 아예 “500m에서는 35초대를 중얼거리고 연습한다”며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소치 올림픽 이후 4년이 지났다고 하자 “이제 스위치를 ‘온’시켜 불을 켠 것 같다”는 고다이라. 평창을 향한 ‘성난 고양이’의 본격적인 뜀박질이 시작됐다.
캘거리=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고다이라 나오는…
△생년월일: 1986년 5월 26일생(일본 나가노 출신)
△키, 몸무게: 165cm, 51kg
△스케이팅 입문: 1989년
△취미: 네덜란드어 배우기, 사진 찍기
△올림픽 성적: 2010년 밴쿠버 여자 팀 추월 은메달, 2014년 소치 여자 500m 5위, 1000m 13위
△주요 성적: 2017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 금메달, 2017∼20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 여자 500m 금메달(세계랭킹 1위), 1000m 1, 2, 4차 대회 금메달(세계랭킹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