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거래소, 하루 한두번 서버 마비

툭하면 마비되는 가상통화 거래소의 매매 시스템에 투자자들이 뿔이 났다. ‘먹통’ 서버 때문에 제때 가상통화를 사거나 팔지 못해 손해를 봤다는 투자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면서도 보안이나 서버 증설 투자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린다.
○ 반복되는 ‘서버 먹통’
4일 ‘업비트’ 거래소는 오전 9시부터 30∼40분간 일부 가상통화의 가격이 애플리케이션(앱)과 PC에서 달라 투자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서버까지 마비됐다. 지난해 12월 21일 ‘코인네스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서버 멈춤 때문에 화병 걸리겠다”는 성토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가상통화 투자자들은 “대부분의 거래소가 하루에 한두 번 서버가 마비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이런 ‘먹통 사태’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는 거래소를 상대로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에도 나섰다. 지난해 11월 빗썸 서버가 다운된 사이 비트코인캐시가 40% 이상 폭락하자 제때 팔지 못한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며 빗썸을 고소했다.
○ “수익에 비해 서버 투자에는 소홀”
거래소들은 서버 증설과 시스템 정비에 공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빗썸 관계자는 “서버를 개선하는 데 인원과 비용을 더 투입했다”며 “일부 멈춤이 발생한 것은 거래량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일 밤 서버가 다운된 뒤 빗썸은 8일 오전 3시부터 7시 30분까지 서버 점검을 했다. 업비트 관계자도 “보안 때문에 공개하긴 어렵지만 거래를 묶어서 처리하는 등 서버 개선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는 거래소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서버 증설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가상통화 가격이 급락할 무렵 서버가 멈추면 초조한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설 때가 많다. 서버가 정상화돼 가격이 떨어진 가상통화를 사려는 투자자가 몰리면 거래가 급증하고 거래소들의 수수료 수입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는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서버가 다운되지 않는 ‘무(無)정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거래소도 막대한 거래 금액을 다루려면 이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