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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서]‘송파슐랭가이드’ 가락동편이 나온 까닭은…

입력 | 2018-01-09 03:00:00

송파구청 직원들 ‘퇴폐 노래방’ 골치… “맛집 골목으로 바꾸자” 특집편 꾸며




서울 송파구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송파슐랭가이드’. 프랜차이즈 업체나 이미 유명한 식당이 아니라 동네에 숨은 작은 맛집을 소개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지난해 말 송년회 회식을 마치고 노래방에서 ‘마무리’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송파구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노래방 출입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가락동 ‘노래바(bar)’ 단속 때문입니다.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주목적인 공간입니다. 가락동 시장은 낮이나 밤이나 상인들의 출입이 많습니다. 거래를 기다리다 술 한잔 걸치며 노래 한 곡 부르러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노래방이나, 노래방을 빙자한 노래바 같은 주점이 8곳이나 있는 건물도 있습니다. 여성 도우미 등을 불러 퇴폐 영업을 하는 업소도 생겼습니다.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 주민들은 ‘동네 분위기 안 좋아진다’며 구청에 항의하고 민원도 제기했습니다.

송파구는 단속을 강화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업주는 “이 동네에 우리가 먼저 들어왔는데 장사를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따지기도 합니다. 단속하는 구청 직원들로서는 자칫 구설에라도 오를까 아예 노래방 출입을 끊은 것입니다.

구청 직원들은 이곳을 노래방 대신 ‘맛집 골목’으로 탄생시킬 순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송파슐랭가이드’ 11-12월 가락동 편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식점 품평집인 ‘미슐랭가이드’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구청 직원들은 송파구 곳곳 작은 맛집에서 먹어본 뒤 공정한 리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이미 널리 알려져 줄을 서는 음식점은 제외했습니다. 그 대신 부부가 하는 작은 백반집이라든지,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구청에서 화제에 오른 맛집을 소개합니다. 혹시라도 소개된 뒤 가격을 올리거나 맛이 변했는지 직원들이 수시로 보고를 올립니다. 위생 점검을 위반한 적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송파슐랭가이드 애독자인 30대 여성들이 가락동을 더 많이 찾아주길 바라며 특집 편으로 소개한 것이 11-12월 가락동 편입니다. 송파구 전체에서 고른 49곳 중 13곳이 가락동에 있다고 합니다.

색다른 밥집을 원하시나요? ‘오늘 점심 어디서 뭘 먹을까’를 고민한 송파구 직원들의 집단지성을 참고해보면 어떨까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