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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카페]이번엔 勞勞갈등… 더 꼬인 ‘파리바게뜨 사태’

입력 | 2018-01-10 03:00:00


강승현·산업2부

서울에서 10년 넘게 파리바게뜨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최근 가족모임에 나갔다가 친척들에게 볼멘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제빵기사들 그만 좀 괴롭혀라”라는 원성 아닌 원성이 나온 것이다. 제빵기사 직접고용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엉뚱하게 가맹점주인 A 씨가 유탄을 맞은 셈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고민이 커지고 있는데 브랜드 이미지마저 나빠지고 있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으로 시작된 ‘파리바게뜨 사태’가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진통 끝에 3자(본사, 협력업체, 가맹점주) 합작회사인 해피파트너즈가 출범했지만 운영 방식을 두고 노조 간 의견이 갈리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협력업체를 배제하고 자회사 형태로 해피파트너즈를 운영하라는 양대 노총의 의견을 본사가 받아들였지만 민주노총이 완전히 새로운 회사 설립을 요구하고 나서 협상은 결렬됐다. 민주노총은 해피파트너즈에 소속된 4400여 명의 직원이 쓴 근로계약서를 모두 새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피파트너즈 노조가 이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노노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3자 노조와 본사의 줄다리기 속에 가맹점주들은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서울의 한 가맹점주는 “생업을 미룬 채 고용부에 탄원서도 제출하고 합작회사 설립을 위해 제빵기사들도 직접 설득했는데 결국 다시 원점이 됐다”면서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는 노조를 보면서 과연 사태 해결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부 노조가 자기 세력을 키우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가맹점주는 “각자 조금씩 양보해 일단 회사를 세우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면 되지 않겠느냐”면서 “억울하게 악덕업주 소리를 들으면서도 같이 잘 살자는 마음에 참고 있었는데 더 이상은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정부가 벌여놓은 판에 이해관계자들이 쏠려 들어가 아귀다툼을 벌이는 ‘관제 분규’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가맹점주들의 호소를 누군가는 들어줘야 할 때다.

강승현·산업2부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