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발표
“재협상 요구 않겠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피해자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부는 이번 발표를 앞두고 일찌감치 대일(對日) ‘투 트랙’ 기조를 잡았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해서는 당장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만큼 일단 이견을 봉인해두고, 한일관계 복원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 북핵으로 동북아 정세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한일관계 악화가 한미일 공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소식통은 “합의 자체를 부인하는 재협상은 과거사 해결을 위해 한일관계 발전을 희생하는 사실상의 ‘원 트랙’이라 부담스러운 선택지였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는 향후 일본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10억 엔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따르지 않는다면 일본에 반환할 가능성까지 열어둔 셈이다.
정부가 일본에 촉구한 자발적인 후속조치는 ‘위안부 강제동원 책임 인정과 사과’, ‘명예훼손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날 “국제 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달라”고 일본에 요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지도자가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를 쓴다든지 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도 과거사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이날 발표 이후 일각에선 정부가 국내 여론과 한일 관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안부 합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조용하지만 매서운’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일방통행식 위안부 문제 제기로 대북 문제 등 공조까지 힘들어진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