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 발표]재협상 선그은 정부에 항의 성명 피해 할머니 “日사죄 받게 해달라”
외교부가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위한 정부 기본방향을 발표한 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정부 노력은 인정하지만 재협상 및 화해치유재단 해산 같은 주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1) 이옥선(88) 박옥선 할머니(94)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TV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표를 지켜봤다. “합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자 할머니들은 침통한 표정이 됐다.
이 할머니(88)는 머리를 매만지는가 싶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을 훔치며 “우리가 바라는 건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사죄만 받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91)는 “당사자도 모르게 합의했는데 그건 완전히 잘못됐다. 협상을 다시 해야 하고 (합의는) 무효가 돼야 한다”며 격앙했다.
관련 단체들도 강도 높게 정부 발표를 비판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일본군‘위안부’연구회 등은 이날 오후 4시경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한일 합의 무효와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을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일본의 자발적 조치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만 하겠다는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범죄 사실 인정 △공식 사죄 △배상을 통한 법적 책임 이행 등을 요구하라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앞서 4일 피해 할머니 8명을 초청해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고 지원 단체의 목소리를 들어왔다는 점, 한일 합의가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공식 선언했다는 점을 들어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