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신년 인터뷰]<2> 김필수 한국 구세군 사령관
구세군 자선냄비 모형 앞에 선 김필수 한국 구세군 사령관. 신자가 5만 명 안팎인 구세군은 작지만 강한 하나님의 군대를 표방한다. 그는 “영혼구제는 물론이고 약자를 돕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헌신의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고 말한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빨간 자선냄비는 연말 풍경의 한 상징이 됐다. 성과는 어떤가.
“지난해 12월 자선냄비를 통한 거리 모금으로 40억 원을 모았다. 기업 모금 23억 원을 합치면 총 63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영학 사건 등 이른바 ‘기부 포비아’ 영향으로 어려움이 염려됐지만 목표액 58억 원을 넘어섰다.”
―모금 단체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더 커졌다.
―지난해 모금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은….
“온정의 손길이 하나같이 소중하지만 5000만 원짜리 수표 3장이 기부됐다는 보고였다. 하지만 무조건 기뻐하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었다. 수표는 다음 날 은행가면 도난수표이거나 지급 정지된 경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음 날 은행가서 문제없다는 확인을 받은 뒤 함께 기뻐하며 ‘만세’를 불렀다. TV에 나가 이름이나 얼굴을 알리고 싶을 텐데 익명으로 기부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런 분이 많아지면 더 밝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다.”
―구세군 사업 가운데 아동 청소년 부문에 대한 투자가 많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모금액 기준으로 보면 구세군은 슈퍼모금 단체가 아니다. 월드비전, 유니세프 등 모금액이 한 해 10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단체도 있다. 구세군은 높은 사회적 인지도에 비해 모금액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더 적극적인 모금은 생각하지 않나.
“대형 모금 단체는 연예인을 캐스팅해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도 찍고 광고도 많이 내보낸다. 그런 광고를 알아보니 ‘억’ 소리 나더라. 우리는 못하겠더라. 부족하지만 더 아끼고 절약해 알차게 사업을 펼치겠다.”
1928년 12월 22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구세군 자선냄비 사진. 동아일보DB
“자선냄비가 처음 설치된 장소가 동아일보 앞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기부와 빈민구제 등에서는 언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세군 활동과 관련한 보도를 조사해보니 동아일보가 가장 많다고 한다. 올해 또 하나의 인연이 생겼다. 동아일보 사옥 앞에 설치된 자선냄비는 개신교 21개 교단이 하루씩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알다시피 교단 연합이 쉽지 않은데 자선냄비의 출발점 앞에 모여 마음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했다.”
―개신교뿐 아니라 종교계 전체의 위기다. 신자나 성직 희망자 모두 줄고 있다.
“교회만 신바람 났기 때문이다. 교회 밖 세상을 섬기고 나누는 역할을 못했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자선냄비 표어가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서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병든 자와 배고픈 자를 섬기는 것, 이게 바로 예수님이 하셨던 일이다.”
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