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레이 아트 개척 괴짜의사 정태섭씨… 지침서 ‘하루를 살아도∼’ 책 펴내

8일 정태섭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X레이 아트 첫 작품인 ‘입 속의 검은 잎’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뒤쪽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구매한 ‘좋은 날이야’ 작품이 보인다. 정 교수는 ‘되면한다’가 아니라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즐길 것을 권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후 다양한 시도를 거쳐 2006년 정 교수는 ‘X레이 아트’라는 새로운 미술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기형도의 시 ‘입 속의 검은 잎’을 재현하기 위해 꽃을 입에 문 사람을 X레이로 찍은 게 첫 작품이 됐다. 그 후 정 교수는 대상을 사람에서 꽃, 소라껍데기 등으로 넓혔다.
미술계도 정 교수의 작품성을 인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와인 마시는 여인의 모습을 X레이로 촬영한 ‘좋은 날이야’를 비롯해 3점의 작품을 사 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실렸다.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도 ‘언약’과 ‘장미의 영혼’ 등 2점의 작품이 노출됐다. 어느덧 작품은 80여 점으로 늘었다.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었다. 어느새 그는 스타 아티스트로 불렸다.
이 같은 외도에 의학계에서는 정 교수를 ‘괴짜’로 여긴다. 그 괴짜가 정년을 1년 앞두고 인생 이모작의 지침서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걷는나무)를 최근 펴냈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8일 정 교수를 만났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일이 있나요? 그렇다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 일을 준비하세요.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당장요.”
실패가 걱정이 될 법도 하다. 정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X레이 아트를 시작할 무렵 전시 공간을 얻기 위해 갤러리를 찾아다녔지만 열두 번 거절당했다. 속이 쓰렸지만 오기가 앞섰다. 전시장 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물어 노트에 받아 적고는 하나씩 고쳐나갔다. 정 교수는 “실패에서 얻는 깨달음이야말로 인생 이모작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인생 이모작을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정 교수는 “나이는 상관이 없다”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행복한 일을 찾는 것이란다. 그 자신도 X레이 아트에서 꿈을 이뤘고 행복을 찾았다고 했다. 정년퇴직하면 X레이 아트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